호텔롯데가 상장에 흥행할 것이라는 전망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설명회에 나서며 투자자들의 관심 끌기에 나섰지만 기업공개 설명회에서 기관투자자들의 반응은 시들했다.
월드타워점 수성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에 기업가치가 너무 높게 평가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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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31일 업계에 따르면 상장을 앞둔 호텔롯데 주식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이 예상보다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호텔롯데는 30일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업공개 설명회를 열었는데 수요예측에 참여할 수 없는 상장 주관사 계열사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형 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들이 이번 설명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사학연금 등 대형 기관들도 불참했다.
호텔롯데 상장 주관사는 미래에셋대우,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메릴린치증권이다.
신 회장까지 직접 설명회에 나서며 기관투자자들의 호텔롯데 주식공모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대형 업체들이 참석하지 않으면서 힘이 빠졌다.
호텔롯데는 상반기 공모주 시장의 최대어로 주목받으며 흥행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주력인 면세점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흥행 전망에 금이 가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관투자자들은 호텔롯데의 기업가치가 고평가돼 희망 공모가격대가 높게 형성됐다고 파악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자체적으로 기업가치를 12조9231억 원 수준으로 평가했다. 기업가치 산정은 상대가치 평가법 가운데 EV(기업가치)/EBITD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방식을 사용했다.
이 방식은 기자본과 타인자본을 이용해 어느 정도의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것으로 비율이 높을수록 영업활동으로부터 창출해내는 현금흐름에 비해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고 할 수 있다.
호텔롯데의 기업가치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면세점사업은 호텔신라를 비교 집단으로 선정해 EV/EBITDA 22.44배를 적용했다. 호텔롯데의 EBITDA에 22.44배를 곱해 산출된 가치는12조478억 원으로 호텔롯데 전체 기업가치의 93%가량을 차지한다.
업계 관계자는 “호텔롯데는 지난해 월드타워점 수성에 실패했고 올해 추가로 진행될 입찰에서도 경쟁이 치열해 사업권을 되찾을지 여부가 불투명해졌다”며 “시내면세점 수가 늘면서 면세점사업의 수익성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인데도 이런 점들이 면세점사업 가치산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월드타워점은 지난해 매출 6112억 원을 기록했다. 2014년보다 26.79% 늘어나 국내 면세점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월드타워점은 면세점 수성에 실패한 뒤에도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면서 지난해 17억 원 수준이었던 하루 매출이 올해 들어 20억 원을 넘어섰다.
호텔롯데는 6월초에 해외 투자자를 상대로 딜 로드쇼(주식 자금조달을 위한 설명회)를 연다.
공모규모가 4조 원대 이상으로 큰 만큼 해외투자자들을 얼마나 끌어들일 수 있느냐가 공모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호텔롯데가 공모 흥행에 성공하려면 딜 로드쇼에서 최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호텔롯데 공모주식수는 4785만5천 주다. 3420만 주는 신주로 발행하고 1365만5천 주는 매각(구주매출)한다.
액면가 5천 원에 희망공모가는 9만7천~12만 원으로 제시됐다. 이에 따라 공모 예상금액은 4조6419억~5조7426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