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상민 롯데지주 디자인경영센터장 사장이 4월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프랑스 파리 샤마리텐백화점의 내부 모습. |
[비즈니스포스트] 롯데그룹이 외부 인사 영입 등으로 유통사업의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변화를 보여주는 가장 빠른 방법 가운데 하나로 경쟁기업과 비교해 ‘대중적’이라는 인식을 받고 있는 롯데그룹의 브랜드 이미지 개선이 꼽히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배상민 롯데지주 디자인경영센터장 사장의 역할이 더욱 막중한 이유다.
29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지주 산하 디자인경영센터를 이끌고 있는
배상민 센터장은 현재 롯데그룹의 전반적 디자인 혁신을 위해 여러 방면에서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지주 디자인경영센터는
배상민 센터장을 롯데그룹에 영입하기 위해 신 회장이 직접 만든 조직이다. 2021년 9월 배 센터장의 롯데지주 입사와 함께 신설됐다. 롯데그룹 안팎에서 불러들인 인재 20여 명이 일하고 있다.
현재까지 디자인경영센터가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디자인 혁신을 추진하고 있는지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는 없다.
배 사장이 공식적으로 롯데그룹 경영에 모습을 보인 사례는 1월20일 롯데인재개발원 오산캠퍼스에서 열린 ‘2022년 상반기 VCM(옛 사장단회의)’가 유일하다.
당시 배 사장은 디자인경영센터의 운영 원칙으로 ‘디자인이 주도하는 혁신’을 발표하고 디자인 조직 역량 강화 방안 등을 제시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만들어진지 1년이 되지 않은 조직이다보니 아직 공식적으로 전략을 밝힐 기회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디자인경영센터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많지만 외부로 공개하기는 힘든 단계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이 중장기 투자 계획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디자인경영센터의 모습이 점차 경영 전면에 부각될 가능성이 떠오른다.
롯데그룹은 5월에 향후 5년 동안 모두 37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중장기 투자계획을 내놓았다. 특히 유통사업군과 관련해 롯데백화점의 대규모 복합몰 개발과 서울 본점과 잠실점 등 핵심 지점의 재단장 계획을 내놓았다.
유통사업군이 재단장 계획을 완성도 높게 추진하려면 디자인경영센터와 협업이 필수적이라고 롯데그룹 안팎은 보고 있다.
▲ 배상민 롯데지주 디자인경영센터장 사장이 4월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프랑스 파리 샤마리텐백화점의 외부 모습. |
롯데그룹 유통사업군의 핵심인 롯데쇼핑에서도 상징적 위치를 가지고 있는 롯데백화점은 경쟁사들과 비교해 대중적이라는 꼬리표를 좀처럼 떼지 못하고 있다.
과거만 해도 롯데백화점이 보유한 전국 30곳이 넘는 백화점은 경쟁력으로 여겨졌다. 이는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과 비교해 매장 수가 2배 이상 많은 것이다.
하지만 최근 수년 사이에 ‘1등 점포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롯데백화점의 자산은 경쟁력이기보다 약점이 되고 있다. 롯데쇼핑이 좀처럼 혁신에 속도를 높이지 못하는 이유도 매장수가 많은 탓이라는 얘기가 유통업계 안팎에서 나돈다.
이런 상황에서 그룹 브랜드 이미지를 총괄하고 있는 배 센터장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디자인경영센터 업무에 계열사의 브랜드 이미지 컨설팅도 포함된다는 점에서 롯데그룹의 유통 혁신에 배 센터장이 핵심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배 센터장이 롯데그룹 유통사업의 디자인 경영을 위해 어떤 전략을 내놓을지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하지만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살펴보면 롯데그룹의 전통과 역사를 계승하는 디자인 혁신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배 센터장은 4월에 프랑스 파리를 방문해 샤마리텐백화점 내외부의 전경을 사진으로 찍어 올렸다.
샤마리텐백화점은 1870년 처음 문을 연 백화점으로 152년 전통을 가지고 있다. 2005년 건물 내 바닥이 화재에 취약하다는 안전진단을 받고 문을 닫은 뒤 16년 동안 영업을 하지 못하다가 약 7년의 리모델링 공사 끝에 2021년 6월 재개장했다.
글로벌 명품기업 LVMH가 2001년 소유권을 인수한 이 백화점은 ‘파리의 명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리모델링을 통해 공개된 모습은 ‘백화점 자체가 예술이다’라는 현지 언론의 평가를 받기도 했다.
LVMH는 샤마리텐백화점의 리모델링에 모두 7억5천만 유로(약 1조 원)을 투입했을 만큼 공을 들였다.
백화점 곳곳에 그려진 벽화와 자연광이 들어오는 지붕 등은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19세기 아르누보 양식과 21세기 현대적 미니멀리즘의 외관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배 센터장은 당시 SNS에 해시태그로 #아르누보 #헤리티지 #1870 #150년 등을 올리기도 했다. 롯데그룹에 디자인경영을 접목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것보다는 옛 것을 발전하고 계승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 배상민 롯데지주 디자인경영센터장 사장이 3월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롯데제과 영등포공장 방문 사진. |
배 센터장은 파리 방문에 앞서 미국 뉴욕을 방문해 휘트니뮤지엄을 둘러본 사진도 올린 바 있다.
신동빈 회장이 2021년 말 롯데제과의 영등포공장을 “첼시마켓처럼 한국 경제에 보탬이 될 수 있는 혁신적 모델을 고려해보라”고 지시했던 만큼 배 센터장이 뉴욕 방문에서 첼시마켓을 함께 둘러보지 않았겠냐고 업계 관계자들은 본다. 휘트니뮤지엄에서 첼시마켓은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다.
첼시마켓은 애초 나비스코라는 과자회사가 공장과 사무실로 쓰던 건물로 1898년 건립됐다. 하지만 이를 식료품점과 레스토랑이 들어선 쇼핑몰로 개발해 1997년 새로 문을 연 뒤 뉴욕의 명물로 우뚝 섰다.
샤마리텐백화점과 첼시마켓 모두 전통을 살리며 현대의 것을 조화롭게 접목해 새로운 명물로 찬사받는 곳이라는 점에서 배 센터장이 앞으로 ‘헤리티지’에 방점을 두고 디자인 혁신을 추진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실제로 배 센터장은 3월17일 디자인경영센터 직원들과 함께 롯데제과 영등포공장을 둘러본 사진을 올리며 “롯데는 올드한 것이 아니라 헤리티지가 있는 기업임을 기억해주세요”라며 “롯데만의 헤리티지를 디자인 혁신 콘텐트로 새롭게 이롭게”라는 글도 함께 덧붙였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