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회사와 해운회사의 부실과 관련해 회계법인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회계법인들은 ‘자본시장의 파수꾼’으로서 제 역할을 못해 부실을 키웠다는 지적과 함께 도덕적 해이 논란에도 휩싸였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의 삼일회계법인은 3월 현대상선에 대한 회계감사 결과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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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경태 삼일회계법인 회장. |
현대상선은 그로부터 3개월도 못 간 5월 말 현재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에 내몰렸다. 엉터리거나 허위감사를 했다는 뜻이다.
도덕적 해이나 일탈도 심각하다.
안경태 삼일회계법인 회장은 한진해운 실사 과정에서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에게 자율협약 관련 정보를 미리 제공해 ‘먹튀’ 기회를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안 회장이 미공개 정보를 최 전 회장에게 제공한 혐의가 검찰수사 결과 사실로 드러나 형사처벌이 확정될 경우 안 회장은 회계사 자격이 박탈된다.
지난해 11월 삼일회계법인과 삼정회계법인 등 두 회사 소속의 회계사 30명이 감사를 맡은 기업의 미공개 실적을 주식 투자에 활용하거나 대가를 받고 누설한 사실이 검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셈이다.
삼일회계법인은 지난해 9월 대우건설을 부실 감사한 책임이 인정돼 10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물었다.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은 지난해 5조 원이 넘는 적자를 낸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2011년부터 줄곧 ‘적정’의견을 냈다.
안진회계법인은 뒤늦게 3월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감사과정에서 추정 영업손실 5조5천억 원 가운데 약 2조 원을 2013년과 2014년 재무제표에 반영했어야 한다고 밝혀 부실논란을 일으켰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감사과정에서 오류를 시인한 셈이다.
2015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IMD)이 회계투명성지수를 평가한 결과를 보면 한국은 조사대상 61개국 중 60위로 나타났다. 사실상 꼴찌를 한 것이나 다름 없다.
전문가들은 회계법인과 기업 사이에 서로 ‘밀고 끌어주는 유착관계’가 만연해 고질적인 부실회계가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회계법인이 공공성을 지켜야 하지만 을의 위치에서 갑인 기업의 의사를 무시하고 독립적인 감사를 실시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회계법인 입장에서 회계계약 체결의 권한을 쥐고 있는 기업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부실에 책임이 있는 회계법인이나 회계사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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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건물. |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문제가 된 회계법인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회계감리, 감사업무 제한, 회계사 직무정지, 과징금 부과 등과 같은 조치만 내리고 있다”며 “이런 정도의 수위 낮은 제재로는 부실감사와 비리를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적발된 회계법인은 문을 닫게 하고 회계사는 업계에서 영원히 추방해야 부실감사와 비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김경율 참여연대 소속 회계사는 “우리나라는 회계법인이나 회계사들이 부정을 저질러도 실제 금전적 처벌이 주어지는 경우는 드물다”며 “과거 산동회계법인이 대우 부실감사로 처벌받고 망했지만 이후 다른 회계법인으로 이름만 바꿔 영업을 이어간 것 같은 사례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부실회계에 대한 책임을 강하게 물어야 정확한 회계정보를 바탕으로 적절한 기업 구조조정 타이밍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