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 주가가 또 다시 52주 신저가를 새로 쓰며 5만 원대로 주저앉았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 주가 하락 탓에 코스피지수도 2020년 11월 이후 1년7개월 만에 2400선이 무너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긴축 가능성에 전날 미국 뉴욕증시가 크게 내리면서 장 초반 매도심리를 크게 자극한 점이 삼성전자 주가를 비롯한 코스피지수 하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 17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지수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
물가상승(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일어나는 스테크플레이션 우려가 여전한 만큼 한동안 전반적 투자심리가 회복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17일 오전 11시15분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2.13%(1300원) 내린 5만9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가 5만 원대로 내려간 것은 2020년 11월 이후 1년7개월 만이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2.46%(1500원) 하락한 5만9400원에 거래되며 장 시작과 동시에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이에 따라 전날 멈췄던 52주 신저가 기록 행진도 하루 만에 다시 이어갔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주 금요일(10일) 4월28일 이후 약 한 달 반 만에 52주 신저가를 새로 쓴 뒤 15일까지 4거래일 연속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 하락은 외국인투자자가 이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인투자자는 6월 들어 전날까지 삼성전자 주식 2조986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 기간 외국인투자자는 삼성전자 주식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 거래일 순매도했다.
7일부터 15일까지는 7거래일 연속 삼성전자 주식을 가장 많이 순매도했고 6월 들어 처음으로 국내 주식을 순매수한 전 날도 삼성전자 주식을 339억 원어치 순매도하며 하이브에 이어 2번째로 많이 던졌다.
삼성전자 주가가 크게 내리면서 코스피지수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7일 오전 11시15분 기준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1.15포인트(-1.27%) 내린 2420.26에 거래되고 있다.
외국인이 3788억 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고 있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1042억 원, 2422억 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1.69포인트(-1.70%) 내린 2409.72에 장을 시작했으나 장 초반 강한 매도세에 2396.47까지 밀리며 1년7개월 만에 24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시가총액 7위인 네이버, 10위인 카카오 등 시가총액 상위종목들도 이날 52주 신저가를 새로 쓰며 코스피 하락에 힘을 보탰다.
전날 미국 뉴욕증시 하락이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한 것으로 보인다.
16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741.46포인트(2.42%) 내린 2만9927.07 거래를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다우지수가 3만 선이 무너진 것은 지난해 1월 이후 1년5개월 만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23.22포인트(3.23%) 떨어진 3666.77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53.06포인트(4.08%) 급락한 1만0646.10에 장을 마쳤다.
뉴욕증시는 미국의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이후 스위스, 영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연이어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하면서 유동성 축소 우려가 부각한 데 영향을 받아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점도 외국인의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4원 오른 1288.0원에 장을 시작해 장 초반 1290원대를 하루 만에 다시 돌파한 뒤 1290원을 중심으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현재 주가에 경기 우려 심리가 선반영돼 있다고 보지만 그럼에도 글로벌시장의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우려가 여전한 만큼 기술적 반등을 제외한 코스피지수의 추세 전환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바라본다.
미국 연준이 7월 다시 한번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친 상황에서 크게 위축된 투자심리가 단기간에 살아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음 주 코스피지수도 큰 반등 없이 2400선을 중심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됐다.
상승요인으로는 은행권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한 유동성 우려 불식 가능성과 한국정부의 감세정책 기대감, 하락 요인으로는 인플레이션 압력 지속, 경기침체 우려 확대, 가상화폐시장 리스크 등이 꼽혔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피크아웃(정점을 지났다는 것) 기대보다 경기 우려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며 “다만 실제 경제지표보다 우려가 올라온 속도가 빠른 것으로 보여 실제 경제지표를 통해 경기 우려가 과도하는 인식이 나타날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침체 등 불확실성이 큰 상황일수록 실적 성장성을 지닌 종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정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불확실성이 큰 상황 속에서는 깜짝 실적을 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종목이 매력적 승부수가 될 수 있다”며 2022년 호실적이 예상되는 분야로 호텔레저, 에너지, 운송, IT가전, 조선 등을 꼽았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