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SDI의 ESS(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 |
[비즈니스포스트]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전 세계의 과제로 떠오르고 안정적 전력 수급의 중요성도 높아지면서 글로벌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이 글로벌 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지만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업체들의 공세에 입지를 지키기 어려워지고 있다.
17일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 홈페이지 분석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9.6GWh(기가와트시) 규모로 집계된 세계 에너지저장장치시장 규모는 2025년 362GWh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유럽에 이어 중국도 탄소중립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면서 시장 규모가 약 4년만에 10배 이상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에너지저장장치는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데 쓰인다.
신재생에너지 가운데 가장 널리 쓰이는 태양광 및 풍력발전 특성상 기후 변화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해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 설치가 필수적이다.
트렌드포스는 일시적 전력 수요 급증에 의한 ‘전력 피크’에 대응하는 데도 에너지저장장치가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어 빠르게 보급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 배터리업체가 현재 전 세계 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 1~2위 업체로 시장을 사실상 지배하며 수요 급증에 따른 수혜를 누리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두 회사의 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 출하량은 전 세계에서 약 58%의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트렌드포스는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배터리업체들의 시장 진출 확대로 시장 점유율을 점차 빼앗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에너지저장장치 대중화와 배터리 원가 상승으로 고객사들이 배터리 가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업체 배터리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CATL과 BYD 등 중국 배터리업체의 중대형 배터리 생산능력이 한국 경쟁사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점도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이 경쟁에 대응하기 쉽지 않은 배경으로 꼽힌다.
자칫하면 가파른 시장 성장에 따른 수혜가 앞으로 대부분 중국업체들에 돌아가면서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의 입지가 축소될 수 있는 셈이다.
트렌드포스는 에너지저장장치 수요 측면에서도 앞으로 중국이 미국과 유럽을 제치고 최대 시장으로 부상하면서 중국 배터리업체 성장에 힘을 실어둘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25년 중국 에너지저장장치시장 규모는 100GWh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전 세계 시장 규모 예상치의 약 27.6%에 해당한다.
중국 정부가 정책적 지원을 앞세워 에너지저장장치 보급을 확대하고 있는 점이 중국 배터리업계 성장을 이끄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트렌드포스는 유럽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금지를 계기로 에너지저장장치 수요를 크게 늘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은 세계 에너지저장장치시장에서 장기간 높은 지배력을 유지하며 강력한 고객사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는 장점을 안고 있다.
대표적으로 테슬라가 에너지저장장치에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활용해 내놓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 구축 프로젝트도 한국 배터리업체와 협력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에너지저장장치 특성상 화재사고와 같은 리스크에도 놓여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고객사들이 중국업체들로 배터리 수급처를 다변화하는 일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배터리업체들이 세계 에너지저장장치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더라도 전체 시장 성장세가 가파른 속도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업체들의 공급 물량도 꾸준이 늘어날 공산이 크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이 여전히 세계 에너지저장장치시장 성장에 충분한 수혜를 볼 수 있는 길이 열려있는 셈이다.
에너지저장장치뿐 아니라 전기차 분야에서도 중대형 배터리 수요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 만큼 한국 배터리업체들의 시장 점유율 하락은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신재생에너지 전환이 촉발한 에너지저장장치 시장 성장은 앞으로 5~10년 동안 계속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