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웹젠 노사가 임금협상에서 극적으로 합의했지만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김태영 웹젠 대표이사가 인력 유출 흐름을 끊어낼 수 있는 수준의 연봉에 직원들을 설득했는지를 놓고 다양한 말이 나오고 있다.
9일 웹젠에 따르면 김태영 대표가 전날 노조와 임금협상을 타결한 것은 회사로서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한 수준에 연봉을 합의했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IT위원회 웹젠지회(웹젠 노조)가 임금협상 과정에서 강조했던 것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인력 유출을 막고 개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연봉 수준과 시스템 마련이었다.
실제로 웹젠에서는 꾸준히 인력이 줄고 있다.
웹젠의 정규직 근로자 수를 살펴보면 2019년 568명, 2020년 548명, 2021년과 2022년 1분기 537명으로 매년 두자릿수의 인원이 이탈하고 있다.
넷마블과 카카오게임즈의 직원수가 2020년 줄긴 했지만 2021년 다시 그 규모를 늘렸고 크래프톤, 엔씨소프트, 펄어비스는 매년 큰 폭으로 직원수를 늘렸던 것과 비교하면 개발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노영호 웹젠지회장은 "국회 중재 이후 2주의 집중교섭 동안 양측이 서로 많이 양보했다"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 것으로 보면 될 것 같다"고 협상의 결과에 어느 정도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웹젠이 극적으로 임금협상에 도달했음에도 구체적 내용을 발표하지 않는 점을 놓고 실제 협상 결과가 인력 유출을 막을 정도의 수준이 아닐 수 있다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웹젠 노조측은 협상 과정에서 연봉 1천만 원 일괄 인상을 요구했다. 반면 회사는 평균 10% 인상을 고수하면서 노사의 갈등은 심해졌다.
통상 노사가 한 발짝씩 양보해 협상이 타결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올해 웹젠의 평균 임금 상승폭은 1천만 원 밑으로 결정났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주요 게임사들과 비교해 부족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주요 게임사들은 개발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연봉을 큰 폭으로 인상했다.
국내 증권시장에 상장된 시가총액 상위 5개 게임사(크래프톤, 엔씨소프트, 넷마블, 펄어비스, 카카오게임즈)의 2021년 1인당 평균 연봉은 2020년보다 40% 넘게 늘었다. 주요 게임사가 '연봉 1억 원 시대'를 연 것이다.
웹젠이 실적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노사가 서로 장기간 갈등 국면을 지속하는 것에 서로 부담을 느껴 임금협상에 극적 합의를 이뤄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보면 노조의 애초 주장에 못 미치는 연봉에 합의했다면 앞으로 인력 유출 흐름이 끊어지기 힘들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인력 유출을 막을 수준으로 맞춰달라'는 명분을 놓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웹젠 노사는 임금협상 결과와 관련해 "상세 내용은 협의상 외부배포가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김 대표는 노사 갈등 봉합을 계기로 앞으로 부진한 실적을 개선하기 위한 새 게임 개발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웹젠은 올해 하반기 캐주얼 게임 신작 1개, 역할수행게임(RPG) 신작 1개 등 2~3개의 신작을 출시한다.
2023년과 2024년에도 뮤 지식기반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1개, 신규 지식재산 기반 MMORPG 1개, 캐주얼 및 RPG 장르 1~2개 등 3~4개 정도의 신작을 출시한다는 목표 아래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웹젠은 올해 1분기 매출 698억 원 영업이익 223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0.5%, 영업이익은 40.3% 줄었다. 안정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