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이 카메라모듈 시장의 판도를 바꿀 계기를 만들었다.
테슬라의 전기차에 탑재될 카메라모듈의 대규모 수주에 성공하면서 실적 확대와 함께 시장점유율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9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장 사장이 테슬라를 향한 대규모 공급을 기반 삼아 카메라모듈 분야에서 LG이노텍을 제치고 앞서나갈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삼성전기는 최근 테슬라의 승용차와 트럭에 탑재될 자동차 전장(전자장비)용 카메라모듈을 납품하는 계약을 맺을 것으로 전해졌다. 계약 규모는 최소 4조원에서 최대 5조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계약 규모도 크지만 세부적으로 파고 들어가면 테슬라에 자동차 전장용 카메라모듈을 납품하는 것은 더욱 큰 의미가 있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카메라모듈은 도로 신호, 표지판, 장애물 등 외부 환경을 촬영해 자동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 프로세서로 보내는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자동차 전장용 카메라모듈은 실제 화상을 촬영해 이미지 센서를 통해 디지털 정보로 변환한다는 점에서 기능 자체만으로는 스마트폰 카메라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스마트폰 카메라의 가격이 5천~1만 원 수준인데 반해 자동차 전장용 카메라는 3만~5만 원에 달해 평균판매가격(ASP)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과 동영상 용도 중심인 스마트폰용 카메라모듈과 달리 자동차 안전에 필수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전장용 카메라모듈이 스마트폰용 카메라모듈보다 훨씬 고부가 상품인 셈이다.
자동차 전장용 카메라모듈은
장덕현 사장에게 그동안 삼성전기와 비교해 카메라모듈에서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LG이노텍을 추월할 중요한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삼성전기는 카메라 모듈시장에서 LG이노텍에 밀려 시장에서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시선이 우세했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2021년 사업보고서를 종합하면 카메라모듈 글로벌시장에서 삼성전기는 점유율 12%, LG이노텍은 점유율 25.8%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물론 조사방법과 기준에 따라 세부 수치는 달라질 수 있으나 LG이노텍이 외형에서 2배가량 앞선 셈이다.
카메라모듈 분야에서 위상에 따른 공급가격 변화 추이에서도 두 회사는 차이를 보였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카메라 모듈 평균판매가격이 전년보다 35.4% 감소한 반면 LG이노텍은 13.7%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장 사장으로서는 이번에 테슬라에 카메라모듈을 대규모로 공급함으로써 지난해까지 LG이노텍에 밀렸던 카메라모듈 사업에서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삼성전기가 카메라모듈 시장에서 밀리고 있는 이유는 LG이노텍의 대형 고객회사인 ‘애플’ 때문이다.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 등 프리미엄 기기에 카메라 모듈을 탑재하고 있어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고객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LG이노텍은 그동안 카메라모듈 사업에서 애플을 등에 업고 삼성전기에 우세를 보였다.
LG이노텍은 2021년 기준으로 전체 매출 14조9456억 원에서 카메라모듈을 포함한 광학솔루션이 11조5177억 원으로 77% 비중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애플로 추정되는 주요고객 A에 대한 광학솔루션 매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장 사장은 애플에 비견할만한 거대 고객회사 테슬라와 거래를 앞둔데다 자동차 전장용 카메라모듈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LG이노텍의 카메라모듈사업을 넘어설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장 사장은 최근 한 미디어행사에서 "삼성전기는 카메라 설계부터 제조, 렌즈, 엑츄에이터(작동기)까지 모든 기술을 보유한 유일한 기업”이라며 "전기차, 자율주행 등이 성장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전장용 카메라모듈은 자율주행의 전초격인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의 핵심 축으로 꼽혀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컨설팅 기업 맥킨지앤컴퍼니에 따르면 2020년 약 130억 달러였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시장은 앞으로 10년 간 연평균 13% 커져 2030년 기준 약 430억 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김광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슬라는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과정에서 카메라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이런 경향은 앞으로도 계속 강조돼 다중 카메라 채택의 형식으로 확대될 공산이 크다”고 짚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