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바이든 정부가 중국을 대상으로 반도체 관련된 규제를 지속한다면 결국 SK하이닉스와 같은 한국기업들이 손해를 떠안게 될 것이라는 중국언론의 전망이 나왔다.
중국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규제가 세계 반도체 공급난을 악화시키는 반면 중국 반도체산업 성장을 방해하는 데 예상만큼 큰 효과를 보지 못 할 것이라는 주장도 이어졌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8일 논평을 내고 “미국이 중국 반도체산업 성장을 막기 위해 갖은 방법을 쓰고 있지만 기업들은 미국의 정치적 전략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네덜란드 ASML이 미국 정부의 반도체장비 수출 규제에도 중국에서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는 점을 대표적 사례로 제시했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 시절부터 반도체 장비기업들이 SMIC 등 중국 주요 파운드리업체에 수출을 할 수 없도록 규제하며 ASML과 같은 해외 기업에도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1분기 ASML의 반도체 노광장비 판매량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34%를 차지했고 ASML이 올해 중국에서 200명 이상을 채용해 신규 사업을 확장하는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중국 반도체산업 견제를 위한 노력이 미국 정부의 입장만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타임스는 바이든 정부가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중국 반도체공장에 첨단 장비 반입을 반대했다가 한국 언론에서 비판을 받았다는 점도 주요 예시로 언급했다.
한국과 미국의 동맹은 두 국가의 경제적 이익에 모두 기여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야 하는데 미국은 자국의 정치적 입장만을 앞세워 한국이 경제적 피해를 보도록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 정부가 이런 방식으로 계속 개입한다면 한국 기업들은 더 큰 손해를 안게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의 중국 반도체산업 견제를 위한 시도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더 강력한 규제를 통해 중국 반도체산업을 고립시켜야 한다는 미국 정치인들의 주장은 이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역풍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과 중국 사이 반도체 공급망이 완전히 단절된다면 이는 미국에 최대 1천억 달러(약 125조 원)의 손해를 안기고 12만5천 명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정부가 중국 반도체산업 제재를 통해 잠재적으로 받게 될 타격과 비교해 중국이 받을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중국 반도체시장이 전 세계에서 이미 큰 비중을 차지하며 높은 성장 잠재력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반도체시장이 해외에 개방될수록 세계 반도체산업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ASML과 같은 기업도 더 큰 성장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로이터에 따르면 피터 베닝크 ASML CEO는 최근 실적발표회를 통해 중국에 신형 반도체장비 수출을 금지하는 미국 정부의 규제를 두고 부정적 시각을 나타냈다.
중국이 ASML의 신형 반도체장비를 수입하면 이를 통해 군사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미국 측의 주장에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다만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중국에 반도체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한국 반도체기업들은 한미동맹 및 외교적 관계를 고려해 중국 반도체산업을 상대로 한 미국 정부의 규제와 압박에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은 처지에 놓여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