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6월2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2022년 BOK 국제컨퍼런스에서 개회사를 낭독하고 있다. <한국은행> |
[비즈니스포스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인플레이션 진정이후 한국 등 신흥국에서 저성장 기조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앙은행이 단순히 물가 안정이라는 기본 역할에만 집중해 통화정책을 결정하기 힘든 상황이 꾸려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2일 서울 중구에 있는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변화하는 중앙은행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열린 BOK(한국은행) 국제 콘퍼런스 개회사에서 “인플레이션이 진정됐을 때 장기 저성장 흐름이 다시 나타날 것인지 아직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며 “선진국뿐 아니라 한국 태국 중국 등 인구 고령화 문제에 직면한 일부 신흥국에서 저물가, 저성장 환경이 도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그렇게(저성장) 된다면 폴 크루그먼 교수가 선진국 중앙은행에 조언한 것처럼 한국이나 여타 신흥국도 무책임할 정도로 확실하게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하겠다고) 약속해야만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신흥국의 중앙은행은 그동안 통화정책을 보수적으로 운용할 수밖에 없었으며 앞으로도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신흥국은 그동안 확장적 재정·통화정책, 국채 직접 인수 등에 나섰음에도 심각한 환율 절하나 자본유출이 초래되지 않았다”며 “이는 신흥국의 자산매입 등 비전통적 정책수단들이 금융위기나 코로나 위기 등 글로벌 공통 충격에 대한 세계적 대응 차원에서 이뤄졌고 선진국에서 더 큰 규모의 자산매입에 나섰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개별 신흥국이 구조적 저성장 위험에 직면해 홀로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사용했을 때도 과거와 같은 결과가 나타날지 의문이다”며 “효과적 비전통적 정책수단은 무엇인지 분명한 답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중앙은행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처럼 '물가안정'이라는 기본 역할에만 집중하면 되는가에 대해서도 의문을 나타냈다.
이 총재는 “디지털 혁신, 기후변화 등에 대한 대응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며 이를 위한 중앙은행의 역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현재 각국 중앙은행도 이런 인식 아래 CBDC(중앙은행 발행 가상화폐) 도입을 추진하고 녹색성장 관련 정책 개발과 이행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충격과 회복이 계층·부문별로 불균등했던 탓에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양극화 현상이 더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런 부분에서 중앙은행을 향한 사회적 책임 요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과연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