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찬 기자 cyc0111@businesspost.co.kr2022-05-30 16:2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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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이사가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해외시장 공략에 더욱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콘텐츠웨이브는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시장에서 넷플릭스에 뒤지고 있는 데다 후발주자에게까지 추월을 허용했다. 이 사장이 해외시장 공략을 통해 콘텐트웨이브의 성장성을 증명하지 못하면 2024년 상장 목표로 가는 길이 험난해질 수 있다.
▲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이사.
30일 콘텐츠업계에 따르면 토종 OTT 선두주자로 입지를 다져왔던 콘텐츠웨이브의 성장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시선이 늘고 있다.
콘텐츠웨이브는 월간 사용자 수에서 1위인 넷플릭스와 격차가 확대되고 있을 뿐 아니라 티빙, 쿠팡플레이에도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와이즈앱·리테일·굿즈의 집계를 보면 올해 4월 기준 국내 웨이브 사용자 수는 307만 명으로 넷플릭스(1055만 명)는 물론 티빙(324만 명)과 쿠팡플레이(321만 명)에도 미치지 못하며 4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7월만 해도 콘텐츠웨이브의 월간 사용자 수는 319만 명으로 넷플릭스(910만 명)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티빙 사용자 수(278만 명)보다는 40만 명 이상 많았다.
주요 경쟁업체들이 월간 사용자 수를 늘리는 동안 콘텐츠웨이브만 홀로 줄어든 것이다.
더구나 콘텐츠웨이브는 아직 손익분기점에도 이르지 못한 채 영업손실 규모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콘텐츠웨이브는 2021년 매출 2301억 원, 영업손실 558억 원을 기록했다. 2020년보다 매출은 27.7%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2020년 169억 원과 비교해 3배 이상 늘었다.
이 대표는 2019년 9월 콘텐츠웨이브가 출범했을 때 2023년까지 3천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 뒤 2021년 3월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규모를 2025년까지 1조 원으로 키운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플랫폼 이용자 수를 급증시킬 만한 오리지널콘텐츠를 크게 늘리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성장성과 수익성에 모두 의문이 제기된다면 2023년 기업공개(IPO)에 나서 2024년 콘텐츠웨이브를 상장한다는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 이 대표로서는 고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SK그룹의 ICT분야 중간지주사 SK스퀘어는 5월 자회사 SK쉴더스와 원스토어의 상장을 추진하다가 이를 철회했다. 이들은 성장성을 놓고 기관투자자를 설득하지 못해 상장 추진 과정 내내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시선을 받았다.
그런 만큼 SK스퀘어의 자회사로 상장을 목표로 하는 콘텐츠웨이브 역시 성장성과 수익성을 증명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이에 이 대표는 규모가 작은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해외시장 공략을 통해 성장성을 확보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2019년부터 동남아 진출을 추진해 왔는데 2020~2021년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이를 중단했다가 최근 동남아 해외법인을 설립해 현지 맞춤형 콘텐츠를 내놓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동남아 시장은 성장성이 좋고 한국 콘텐츠의 인기가 높은 곳으로 꼽힌다. 그런 만큼 지상파TV 콘텐츠를 갖고 있는 콘텐츠웨이브가 동남아 시장 공략에 집중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시선이 많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더트레이드데스크에 따르면 동남아 TV시청자의 34%인 2억 명이 OTT를 이용하고 있다. 2021년 동남아 OTT 이용자 수는 2020년보다 2천만 명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동남아에서 OTT를 주로 시청하는 MZ세대는 특히 한국 콘텐츠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21년 드라마를 포함한 한국 콘텐츠 이용자 수는 21% 증가한 반면 서양 콘텐츠 이용자 수는 11%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인구가 많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서 한국 콘텐츠의 인기가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콘텐츠웨이브는 최대주주는 SK스퀘어(36.%)이지만 KBS, MBC, SBS가 각각 21.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콘텐츠웨이브의 OTT플랫폼 웨이브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드라마, 예능 등이 탑재돼 있어 동남아에서 인기를 끌 만한 방송콘텐츠를 많이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콘텐츠웨이브는 동남아뿐 아니라 미국, 유럽 등에도 현지법인을 세워 각 나라 성향에 맞는 콘텐츠 보급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이 대표는 3월29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한 뒤 “웨이브가 세계적 K콘텐츠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역량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