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이 2021년 18조 원이 넘는 사회적가치를 창출했지만 환경성과에서 의미있는 사회적가치를 창출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배터리 등을 비롯한 주요 사업장에서 활발한 증설을 벌이고 있는 데다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아직은 두 자릿수 비율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이 이런 관측의 근거로 꼽힌다. 이런 점은 SK그룹의 지난해 사회적가치 측정 성과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SK그룹 지주사 SK는 이날 ‘경제간접 기여성과’, ‘환경성과’, ‘사회성과’ 등 3개 부문에서 2021년 18조4천억 원의 사회적가치를 창출했다고 밝혔다.
SK그룹 계열사들이 지난해 실적 호조를 보이며 납세, 고용, 배당 등의 지표를 평가하는 경제간접 기여성과에서 창출한 사회적가치가 19조3443억 원으로 2020년보다 45%(7조 원)가량 증가한 데 힘입었다.
사회성과에서도 1조9036억 원의 사회적가치를 올렸다. 하지만 자원소비 및 환경오염 등을 평가하는 환경성과에서 기록한 사회적가치는 2조8920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SK가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 주요 계열사 6곳과 함께 2020년 11월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캠페인에 가입하며 탄소배출 감소 의지를 밝힌 것을 고려하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셈이다.
최 회장은 SK그룹의 사회적가치 측정을 통해 재계에 ESG경영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그는 3월 대한상의 회장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ESG 가치를 진전시키면서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향후 기업의 트렌드"라고 말하는 등 ESG경영이 포장이 아닌 기업 생존의 문제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실제 사회적가치를 포함하는 ESG경영은 최근 글로벌 투자사들의 투자를 받는 데도 중요한 평가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최 회장은 2030년까지 전세계 탄소배출 감축 목표량(210억 톤)의 1%인 2억 톤을 줄이기 위해 전기차배터리, 수소 등 친환경사업에 100조 원이상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올해 첨단소재, 바이오, 그린, 디지털 등 4대사업을 핵심사업으로 꼽고 투자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렇게 대규모 투자계획을 갖고 있는 만큼 투자금을 수월하게 확보하기 위해서도 SK그룹으로서는 현재 환경성과 사회적가치 손실(-)을 이익(+)으로 바꿔내는 일이 중요하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모닝스타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글로벌 ESG펀드 자산 규모는 2조7700억 달러(3500조 원) 수준이다. 또 2022년 1분기만 해도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일반투자상품 63개가 ESG상품으로 전환됐고 227개의 새로운 ESG펀드가 출시되는 등 ESG펀드를 향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올해 2월 SK그룹의 주요 관계사 사외이사들과 진행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최태원 회장이 예전부터 강조해 온 ‘사회적가치 추구 경영’은 ESG경영과 궤가 같으며 시장으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며 “시장과 신뢰를 쌓는다면 SK그룹은 ESG를 중심으로 한 투자 흐름의 수혜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바라봤다.
SK그룹은 사회적가치 가운데 환경성과를 조속히 개선해 이런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우호적 시선을 유지하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의구심을 걷어내는 일이 중요해진 상황에 놓였다.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 네덜란드 연금자산운용(APG)은 올해 2월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투자 대상 한국기업에 탄소배출 감축 등 기후위기 대응에 속도를 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김광조 SK수펙스추구협의회 글로벌 성장위원회 부사장은 사회적가치 측정 설명회에서 “공장 증설, 조업률 증가 등의 영향으로 단기적으로 탄소배출을 감축할 변곡점을 만들지 못했다”면서도 “근본적으로 사업구조를 혁신하고 탄소중립을 성공적으로 실현해 2024년부터는 탄소배출량이 감소추세를 보일 것이다”고 말했다.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