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K이노엔은 필리핀에서 케이캡의 품목허가를 받았다고 23일 밝혔다. 몽골과 중국에 이어 3번째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신약들에 비하면 아직 판매 국가가 적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HK이노엔은 필리핀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등에서 케이캡 출시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세계 34개 국가에서 케이캡 기술수출 및 완제품 수출계약을 성사한 만큼 글로벌 판매영역 확대는 시간 문제라는 것이다. 전체 계약 규모는 1조 원을 웃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2030년 케이캡 연매출 2조 원을 달성한다는 HK이노엔의 목표가 허황되게 들리지 않는 까닭이다.
곽달원 HK이노엔 대표는 "몽골, 중국, 필리핀 외에도 케이캡이 진출한 해외 주요 국가에서 허가절차를 밟고 있는 만큼 올해를 기점으로 케이캡의 글로벌 데뷔가 본격화할 것이다"며 "케이캡을 국내를 넘어 세계시장에서도 통하는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키워가겠다"고 말했다.
케이캡은 칼륨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P-CAB)계열 약물로 기존 프로톤펌프억제제(PPI)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보다 위산억제 효과가 빨리 나타나고 더 오래 간다는 장점이 있다. 통상 식사 전 복용해야 하는 PPI계열 약물과 달리 식사여부와 상관없이 복용할 수도 있다.
HK이노엔 입장에서 케이캡 육성은 회사 전체의 성장과 직결된다.
2021년 기준으로 HK이노엔 매출에서 케이캡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를 넘는다. 케이캡이 출시된 후 약 2년 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원외 처방실적 1천억 원을 달성하는 등 빠르게 국내 수요를 늘려가고 있다.
다만 시장규모가 한정된 국내에만 머무르면 케이캡의 성장은 언젠가는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케이캡 연매출 2조 원'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해외 진출이 필수라는 뜻이다. HK이노엔이 기존 연구개발조직과 함께 '케이캡사업추진본부'를 별도로 운영하며 해외 케이캡 상용화를 지원하는 이유다.
▲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 < HK이노엔 >
물론 시장 환경이 케이캡에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경쟁 제품이 차례로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웅제약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스클루’가 지난해 말 국내에서 품목허가를 받은 뒤 중남미 등 해외에서 허가절차를 밟고 있다. 펙스클루는 케이캡과 같은 P-CAB계열 약물이다.
그러나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아직 케이캡이 펙스클루보다 시장 공략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상용화해 시장을 선점했을뿐 아니라 적응증과 효능 등의 측면에서도 우위에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동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케이캡은 적응증 4개를 대상으로 처방이 가능한 반면 펙수클루는 아직 적응증 1개를 대상으로만 처방할 수 있다”며 “제형 구성에서도 케이캡은 50mg 용량 외에도 25mg 저용량 제품, 주사제, 구강붕해제 등 다양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제품 대비 우위를 보인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위 내부 위산 중화에 따른 시간별 산성도(pH) 변화를 봤을 때 중화가 됐다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점인 pH4까지 도달하는 시간도 케이캡이 가장 빨랐다”고 덧붙였다.
HK이노엔은 케이캡이 지닌 여러 장점을 바탕으로 출시 국가를 확대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중국에서 파트너사를 통해 케이캡의 정식 판매에 들어간 가운데 미국에서 케이캡 임상3상을 계획하고 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