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의 처지가 갈수록 곤궁해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부실에 대한 책임론도 거세지고 구조조정을 지휘할 자격이 있느냐는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경영부실에 빠진 대우조선해양을 향해 고강도 자구안을 내놓으라며 압박하고 있다.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지분 49.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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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
일각에서 부실경영에 책임을 져야할 대주주가 책임지기는커녕 주채권은행임을 앞세워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부실기업이 구조조정에 돌입하게 될 경우 주채권은행을 포함한 채권단은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향해 고강도 자구안을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대주주는 채권단의 말이라면 죽는 시늉까지 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이런 기존 대주주와 모습이 사뭇 다르다. 대우조선해양을 향해 ‘자구안을 내놓으라’며 주채권은행 역할을 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얼마 전 대우조선해양보다 재무건전성이 좋은 삼성중공업이 제출한 자구안에 대해서도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며 퇴짜를 놓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선산업이라는 같은 업종에서 최악의 경영성적표(대우조선해양)를 받아든 회사의 대주주(산업은행)가 멀쩡한 다른 회사(삼성중공업)에 구조조정 강도를 높이라고 요구하는 건 사실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주채권은행으로서도 낙제점을 면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우조선해양이 경영부실로 5조 원대의 손실을 입었을 때 산업은행은 이를 제대로 파악조차 못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심각한 적자에 시달릴 때 수백억 원대의 배당금을 챙긴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수천억 원대 적자를 기록한 2013년과 2014년에 851억 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는데 산업은행은 268억 원을 배당금으로 챙겼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흑자상태라고 밝혔지만 나중에 분식회계로 드러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시 배당을 결정한 경영진뿐만 아니라 대우조선해양 관리감독에 실패한 정책 결정권자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당국이 책임을 회피한 채 기업과 노동자에게만 고통을 전가한다면 후진국형 구조조정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오정근 건국대 IT금융학부 특임교수는 “나랏돈으로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나서려면 우선 집행기관부터 통렬한 반성과 자구안을 내놓는 게 당연하다”며 “부실기업 문제를 산업은행에만 묻는 게 억울하다는 내부여론도 있지만 연봉, 복지 등 누리는 혜택에 비해 결과물이 너무 초라하다는 국민여론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