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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LG생활건강 글로벌 화장품 기로에, 차석용 북미 공략 승부

류근영 기자 rky@businesspost.co.kr 2022-05-18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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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LG생활건강에게 가장 큰 해외시장인 중국. 중국시장에서 LG생활건강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중국 화장품시장의 성장둔화, 현지기업 성장과 미국, 일본, 유럽 등 글로벌기업의 중국 진출 등으로 심해진 경쟁 환경, 이런 위기 신호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중국시장에서 감지됐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쓸 수 있는 대안 가운데 하나는 판매지역 다변화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북미시장을 공략해 LG생활건강의 중국 의존도를 낮춰 영업의 안정성을 높이고 이익을 확대해 나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북미 화장품시장은 중국보다 규모가 더 크다. 미국의 채용정보 사이트 지피아(Zippia)에 따르면 미국에서 1년 동안 소비되는 화장품은 897억 달러로 한국 돈 110조 원이 넘는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2위 중국은 583억 달러다. 미국과 차이가 제법 크다.

차석용 부회장이 북미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단순히 시장규모가 큰 지역으로 판매처를 다변화하는 차원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톱티어로 포지셔닝해 기업 이미지 전반에 관한 포지션을 재설정하는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는 얘기다. 마케팅에서 포지셔닝은 소비자의 마음 또는 인식에서 특정 브랜드가 차지하는 위치를 유리하게 만드는 것을 뜻한다.

그동안 LG생활건강의 포지셔닝 전략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 대표 브랜드인 ‘후’는 평범한 ‘한방화장품’이 아닌 고품격 ‘궁중화장품’으로 포지셔닝해 성공한 사례다.

궁중 의학서와 고서를 분석해 최고의 한방 원료를 찾아 이를 제품에 적용했고 화장품 용기 디자인도 궁중 대례복, 궁중 공예, 문화유산 등을 재해석해 디자인에 적용했다.

이런 것들이 ‘궁중’ 키워드의 브랜드 이미지와 스토리를 강화하며 고급 화장품 소비층을 사로잡았다. 특히 이런 전략은 아시아적 문화 정체성을 일정 부분 공유하는 중국에서 잘 먹혀들어갔고 중국에서 큰 흥행 성적을 거둔다.

그런데 이런 LG생활건강의 브랜드 포지션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만 유효한 것일 수도 있다. 중국의 경제 발전과 더불어 소비 취향이 바뀌고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중국 진출이 늘어 경쟁이 심해지면 현재의 중국시장 입지도 장담할 수만은 없다.

‘아시아 럭셔리’에서 ‘글로벌 톱티어’로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북미는 가장 규모가 큰 화장품시장일 뿐 아니라 트렌드와 유행을 선도하는 지역이다. 확고한 브랜드 파워를 비롯한 경제적 해자를 구축한 막강한 화장품기업들이 각축하는 곳인 만큼 경쟁도 치열하겠지만 이곳에서 성과를 거두고 기존 강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면 다른 지역 시장에서도 재평가를 받을 수 있다.

차석용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진정한 글로벌 명품 뷰티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글로벌 최대시장인 동시에 트렌드를 창출하는 북미시장에서 사업 확장을 지속해야 한다"며 북미시장의 중요성 강조한 바 있다.

차 부회장은 이전부터 LG생활건강의 북미시장 진출을 위한 큰 규모의 인수합병을 추진했다.

미국 뉴에이븐(1476억 원), 2020년 피지오겔의 아시아 및 북미지역 사업권(1914억 원), 미국 헤어케어 업체 보인카(1164억 원) 인수에 약 4500억 원을 투입하는 등 북미 진출의 기반을 닦아 놓았다. 현지시장에 적합한 글로벌 브랜드로 라인업을 구성하는 한편 유통망도 구축한 셈이다.

차석용 부회장은 ‘인수합병의 귀재’라는 별명이 있다. 대개 인수합병에서 승자의 저주로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은 데 반해 LG생활건강의 인수합병은 기업의 성장 스토리에서 매번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번에도 북미시장에서도 인수합병에 이은 성공 스토리가 이어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먹거리가 될 디지털기술 기반 미용기기 사업도 북미에서 첫선을 보였다.

LG생활건강은 미국 헤어케어 전문기업 파루쿠와 함께 LG CHI 컬러마스터를 개발했다. 염색 시술을 받는 소비자가 원하는 색상의 염모제를 2분 안에 맞춤형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해 염색 후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미니 타투 프린터인 프린틀리 역시 북미시장에 먼저 선보인다. 프린틀리는 한 손 크기로 개발됐는데 기기와 연결된 전용 모바일앱을 통해 선택한 이미지를 바로 피부에 인쇄하는 방식이다. 피부 화장용 식물성 잉크를 사용해 피부 부담도 줄였니다.

LG생활건강의 북미시장 진출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차근차근 준비돼 왔던 것이다. 코로나19 장기화 탓에 북미시장에서 본격적 성과를 거두는 시기가 다소 늦춰진 감도 없지 않아 있다.

북미는 코로나19 정점을 찍고 일상 회복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LG생활건강의 성과도 점차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리오프닝 국면에 접어든 지금은 중국시장 만큼이나 북미시장을 관심 있게 지켜봐야 시점이기도 하다. 류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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