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대형건설사들이 도시정비 수주에 있어 충분히 '혼자' 해낼 능력은 되지만 '함께'를 선택하고 있다.
조합은 단독시공을 원하지만 대형건설사들은 사업위험을 낮추고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잇달아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다. 통합재건축을 통해 규모가 큰 사업장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면서 컨소시엄 구성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사상 최대 규모 리모델링사업인 경남 창원 성월토월그랜드타운 리모델링사업에 포스코건설·GS건설·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 선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성월토월그랜드타운 리모델링사업은 예상 공사비만 2조 원에 이르는 대형 사업으로 6252세대가 수평·별동 증축 리모델링을 통해 7189세대로 탈바꿈하게 된다.
두 차례 열린 현장설명회에서 4개 회사의 컨소시엄이 단독으로 참여하면서 유찰됐고 조합은 조만간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뒤 시공을 맡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최근 주택 브랜드 가치가 높은 건설사들 사이 컨소시엄 구성이 늘고 있다. 특히 대규모 재개발·재건축이나 리모델링사업에서 손을 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도시정비사업은 단독 입찰하기에 위험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자금 조달을 더 쉽게 할 수 있고 인력 및 자재 등의 수급 문제 해결도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점이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을 선호하는 이유로 풀이된다.
또한 수주과정에서 지출되는 홍보비용을 줄이고 건설사끼리 기술력과 노하우를 공유해 아파트 품질도 높일 수 있다. 특히 리모델링사업은 골조(뼈대)를 남기고 진행하는데 건설사들의 경험이 많지 않아 컨소시엄 구성이 두드러진다.
이에 리모델링시장의 명가로 인정받는 쌍용건설에 손을 내밀며 리모델링시장에 진출하는 건설사도 나오고 있다. 쌍용건설은 리모델링 준공 실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 신동아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은 지난 4월26일 쌍용건설·호반건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했다. 시공사 선정이 이뤄지면 호반건설은 리모델링시장에 첫 발을 내딛게 된다.
올해 1월 리모델링 전담팀을 신설하며 도시정비에 힘을 주고 있는 SK에코플랜트도 쌍용건설과 컨소시엄을 꾸려 인천 부개주공3단지 리모델링사업 수주를 눈앞에 두고 있다. 두 차례 진행된 입찰에서 유찰돼 5월 말 시공사 선정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정비를 추진하는 조합들은 단독시공을 선호한다. 다수 건설사가 경쟁을 벌이면 더 좋은 사업 조건으로 계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건설사별로 담당 구역이 달라지면 시공 품질이 다를 수 있으며 하자가 발생했을 때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
다만 컨소시엄에 부정적이었던 조합들의 변화도 감지된다. 대형건설사의 안정적 시공능력을 바탕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고 최근 분양시장에서 컨소시엄이 시공한 아파트 청약 성적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대우건설과 포스코건설이 시공한 경기 안양역 푸르지오 더샵은 3월 말 1순위 청약에서 9.26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조기 완판됐다. 지난해에는 현대건설과 GS건설 컨소시엄이 지은 인천 힐스테이트 자이 계양의 청약 경쟁률은 49.11대 1을 보이기도 했다.
조합은 컨소시엄 입찰 불가 조항을 넣기도 하지만 2곳의 건설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는 것 정도는 허용해주는 사업지도 나오고 있다.
대전 도마·변동 재정비촉진지구에서 추진되는 재개발사업에서 5구역 조합은 2개사로 구성된 컨소시엄의 입찰 참여를 허용해 GS건설과 현대건설이 컨소시엄을 이뤄 참여했다. 4구역도 컨소시엄을 2개사 이하로 제한했는데 롯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손잡고 입찰했다.
앞으로 1기 신도시(경기 분당, 일산, 중동, 평촌, 산본)를 위주로 대규모 통합재건축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돼 주택 브랜드 가치가 높은 대형건설사의 컨소시엄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기 일산 후곡마을 3·4·10·15단지는 지난 15일 통합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가 발족했다. 일산에서 통합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가 발족한 것은 이 단지가 처음으로 2406세대 규모다.
또한 분당 서현동 삼성·한신, 한양, 우성, 현대 아파트 7769세대, 수내동 양지마을 6개 단지(4392세대) 등이 재건축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 구성을 위해 토지소유주들의 동의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재건축을 추진하는 이유는 대형건설사들에 사업 협상력을 높일 수 있고 아파트 단지 규모가 클수록 가격이 높게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조합은 주택 브랜드 가치를 더욱 따질 것으로 보이는데 대형건설사들은 대규모 사업 위험을 낮추고 수주 확률을 높이기 위해 더욱 컨소시엄을 통해 수주에 참여할 가능성이 클 것이란 시선이 나온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도시정비 시장에서 출혈경쟁을 지양하고 있고 협력 구도를 만드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며 “조합도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등 도시정비시장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