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샘이 자사주 매입을 이어가면서 조만간 자사주 소각도 실행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샘이 지난해 7월 IMM프라이빗에쿼티에 인수된 뒤 주가가 반토막이 나자 주주가치 높이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샘이 지난 12일 발표한 자사주 매입을 완료하면 한샘의 자사주 비중은 30%를 넘어서게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샘이 직전 자사주 매입을 완료했던 5월 기준 자사주 비중은 29.5%였다.
그 뒤 한샘은 12일 5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이는 2021년 7월 IMM프라이빗에쿼티로 매각 발표 뒤 지난해 11월과 올해 3월에 이어 세 번째 자사주 매입 계획이다.
자사주 매입은 일반적으로 주가부양책으로 여겨진다.
자사주의 매입은 주식이 저평가됐다는 신호를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물량을 줄이는 효과도 볼 수 있다.
다만 한샘의 잇단 자사주 매입에도 불구하고 5월 초 한샘의 주가는 여전히 6만 원대에 머물고 있다.
한샘 주가는 IMM프라이빗에쿼티에 매각될 당시만 해도 한 때 15만 원선에 육박하기도 했으나 그 뒤 지속해서 하락했다.
이에 한샘이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시장에서 커지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샘의 자사주 소각 여부가 주주가치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자사주를 사들인 뒤 소각하게 되면 발행주식 수가 감소함으로써 주식 1주의 가치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어 배당과 함께 대표적 주주가치 제고정책으로 꼽힌다.
또 자사주 소각은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주들이 배당소득세를 낼 필요가 없어 세금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한샘은 과거 주가 하락시기마다 자사주 매입 전략을 취해왔는데 그때마다 소각을 요구하는 주장이 있었다.
2018년 10월에는 주택시장 규제 강화와 중국시장진출에 대한 회의적 평가가 나오면서 한샘 주가 4만7천 원까지 떨어지자 자사주 소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올해 3월에는 한샘 소액주주연대협의회는 2대주주인 테톤캐피탈과 연합을 맺고 주주총회에서 한샘이 보유하고 있는 자기주식 659만9910주(28%)를 전량 소각하라고 요구했다.
한샘은 그동안 주가 하락시기에 자사주를 매입해왔지만 지금껏 소각한 적은 없다. 다만 지난해 말 한샘의 최대주주가 사모펀드인 IMM프라이빗에쿼티로 바뀌면서 이러한 기조에도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은행업계에서는 IMM프라이빗에퀘티가 지난해 9월 한샘 인수 자금조달을 위해 투자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자사주 소각 계획을 제시했다는 관측이 있었다.
더구나 사모펀드인 IMM프라이빗에퀘티가 장기적으로 한샘에 투자금 회수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사주 소각으로 기업가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요 기업 가운데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가치를 높인 사례는 여럿 있다. 대표적 사례로 SK텔레콤이 꼽힌다. SK텔레콤은 지난해 5월 자사주 869만 주(지분 10.8%) 소각을 발표한 뒤 주가가 뛰는 효과를 봤다.
한샘은 그동안 자사주 매입을 꾸준히 이어와 자사주 소각이 이뤄지면 주주가치 제고 효과가 클 것으로 분석된다.
한샘의 첫 자사주 취득은 2003년 7월로 확인된다. 당시 한샘은 “자사주식 안정과 성과급 및 주식매수선택권 부여를 위해 20억 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취득했다”고 밝혔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한샘은 해마다 자사주 비중을 늘리면서 2012년 기준으로 23.4%의 자사주를 보유하게 됐다. 이후 한샘의 자사주 매입은 2017년까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2020년부터 한샘은 자사주 매입에 다시 속도를 냈다. 한샘은 2020년 4월 3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뒤 2021년 11월에 300억 원, 올해 3월에 300억 원, 5월에 500억 원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올해 1월 취임한
김진태 한샘 대표집행임원도 잇달아 자사주를 매수하고 있다. 김 대표는 6일에도 868주의 한샘 주식을 매입해 보유지분을 4110주로 늘렸다.
한샘 관계자는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는 원칙적 방향을 내놓았다. 다만 자사주 소각과 관련해서는 이렇다할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