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GM과 LG에너지솔루션의 미시간주 배터리 합작공장 조감도. |
[비즈니스포스트] 증권사 웰스파고가 미국 자동차기업 GM과 포드의 목표주가를 모두 기존의 절반 이하로 낮춰 내놓으면서 이들의 전기차 중심 사업전략을 두고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배터리 원가 상승이 GM과 포드 전기차사업에 가장 걸림돌로 꼽히는 만큼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배터리 협력사의 역할이 앞으로 기업가치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CNBC는 현지시각으로 11일 “미국 완성차기업들의 전기차 중심 사업체질 전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증권사 전망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웰스파고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GM 목표주가를 기존 74달러에서 33달러로 절반 이상 낮췄다. GM의 11일 종가와 비교해 11.5% 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포드 목표주가는 기존 24달러에서 12달러로 낮아졌다. 이날 종가 대비 6.5% 떨어지는 수준이다.
GM과 포드 주식 투자의견은 모두 ‘비중 확대(overweight)’에서 ‘비중 축소’(underweight)로 변경됐다. 목표주가를 일제히 절반 이하로 낮추고 사실상 매도 의견을 제시한 셈이다.
웰스파고는 이들 기업이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기차 중심으로 사업 체질을 바꿔나가는 과정에서 큰 폭의 수익성 악화를 겪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GM과 포드가 공격적 전기차사업 진출 계획을 처음 내놓았던 때와 비교해 전기차 배터리 가격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고 있다는 점이 목표주가 하향에 중요한 배경으로 꼽혔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금속 소재 공급난으로 가격이 급등하면서 배터리 원가도 상승할 수밖에 없어 전기차사업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웰스파고는 GM 전기트럭 ‘실베라도’ 1대를 생산하는 데 들이는 비용이 배터리 가격 상승으로 1만2천 달러(약 1550만 원) 증가한 것으로 추정했다.
포드 전기차 미하E와 라이트닝 1대의 생산 원가는 각각 4800달러(약 620만 원), 8500달러(약 1100만 원)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배터리 소재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게 이어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전기차 생산에 들이는 배터리 원가 부담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전기차 생산 원가가 높아지면 GM과 포드가 이를 자체적으로 흡수해 수익성에 타격을 받거나 전기차 판매가격을 높여 판매실적에 악영향을 받는 것 이외에 방법을 찾기 어렵다.
결국 GM과 포드의 과감한 전기차사업 육성 노력이 당분간 심각한 성장통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분석된다.
▲ 포드와 SK온 합작법인 블루오벌SK의 전기차 배터리공장 조감도. |
GM과 포드에 각각 최대 배터리 공급사로 자리잡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역할이 이들의 기업가치에 갈수록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포드는 SK온과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통해 미국 테네시주 및 켄터키주에 대규모 배터리공장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조달 비용을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설립하고 미시간주를 포함한 미국 내 여러 지역에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설립하는 투자 계획을 올해 말까지 확정하기로 했다.
배터리공장 1곳을 건설하는 데 수조 원을 들이는 투자 규모를 고려하면 이들의 배터리 합작공장은 규모의 경제효과를 통해 배터리 조달 원가를 낮추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웰스파고는 GM과 포드가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내연기관 차량에 의존을 낮추고 미래 성장동력인 전기차에 투자를 확대하는 데 부정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 배터리 원가 절감으로 이들 기업이 전기차에서도 충분한 수익성을 거둘 수 있게 된다면 미래 실적과 기업가치에 모두 긍정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결국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최대 배터리 협력사들이 GM 및 포드의 전기차사업 성공 여부에 열쇠를 쥐고 있는 셈이다.
다만 GM과 포드가 단기적 실적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전기차사업 중심의 체질 전환 속도를 늦추거나 투자를 축소한다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