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사장이 폐기물처리시장에서 1위 자리 굳히기에 나섰다.
SK에코플랜트는 내년 주식시장 상장을 계획하고 있는데 박 사장은 ‘볼트온’ 전략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게 인정받으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12일 SK에코플랜트에 따르면 폐기물업체 제이에이그린의 인수작업이 5월 말에 완료된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달 말 이사회 결의를 통해 제이에이그린을 인수하기로 결정한 뒤 주식매매계약도 체결했다.
SK에코플랜트는 총 1925억 원을 들여 제이에이그린의 주식 70%를 매입하는데 나머지 30%는 제이에이그린이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가 지분 전량을 인수하는 셈이다.
제이에이그린은 2009년 설립된 폐기물처리업체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146억 원, 영업이익 60억 원을 올렸다.
박 사장이 폐기물처리업체를 추가로 인수한 것은 자신이 강조해 온 볼트온 전략에 따른 행보로 풀이된다. 이는 유사업체나 연관업종 기업을 추가로 인수해 규모의 경제를 꾀하는 경영전략이다.
SK에코플랜트가 제이에이그린과 같이 일반폐기물 매립 업체를 인수하는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거의 1년 만이다. 이번 인수를 통해 SK에코플랜트는 폐기물시장에서 1위를 더욱 확고히 할 수 있게 됐다.
SK에코플랜트는 이미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하루 970만 톤의 폐기물을 처리하며 업계 2위인 에코매니지먼트코리아(500만 톤)의 두 배 가까운 사업규모를 보유하고 있다.
박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2022년은 SK에코플랜트가 성공적 기업공개(IPO) 달성을 위한 준비를 완성하는 해”라며 “볼트온 전략으로 M&A 행보 가속화를 통해 선도적 환경사업자 지위를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K에코플랜트는 2020년 환경시설관리(현 EMC홀딩스)를 약 1조 원에 인수하며 친환경기업 전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듬해인 2021년 6월과 7월에는 클렌코, 대원그린에너지, 새한화경 등 폐기물처리업체 6곳을 추가로 사들이며 환경사업에 힘을 실었다.
박 사장이 대표이사에 취임한 것은 지난해 10월이었지만 그는 SK에 근무하던 시절부터 환경사업 확대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장은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에 오른 뒤 수소연료전지와 탄소배출권 사업 진출과 더불어 해상풍력발전 하부구조물 생산업체인 삼강엠앤티와 E-웨이스트 재활용업체인 테스를 인수했다.
취임 뒤 폐기물사업 확대보다는 친환경사업 전반으로 사업영역을 다각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런데 박 사장이 이번에 제이에이그린을 인수하며 폐기물사업 덩치를 키운 것은 현재 매각절차가 진행 중인 에코매니지먼트코리아를 인수하지 못해도 업계 선두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SK에코플랜트는 최근 종료된 에코매니지먼트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SK에코플랜트가 본입찰에 참여할지는 불투명하지만 제이에이그린 인수를 마무리하면 하루 폐기물 처리량이 1천 톤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 2위인 에코매니지먼트(500톤)를 인수하지 않더라도 1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SK에코플랜트의 기업가치 평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최근 5개 증권사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2023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대표주관사로 선정된 NH투자증권은 주관사 선정 입찰 참여 당시 SK에코플랜트의 기업가치로 10조 원 이상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뿐 아니라 상사·패션·리조트·바이오 등 여러 부문에서 사업을 꾸려나가는 삼성물산을 제외하면 건설업계 시가총액 1위는 약 4조7천억 원의 현대건설이다.
SK에코플랜트가 상장 시점에 10조 원의 기업가치가 현실화된다면 곧바로 건설업계 시총 1위 자리에 올라설 수 있게 된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에코매니지먼트코리아 예비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며 “볼트온 전략에 따라 필요한 환경사업을 인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