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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인재 시장의 변화, 채용하기도 어렵고 채용당하기도 싫어한다

진국영 커리어케어 사장 jinieman@careercare.co.kr 2022-05-10 09:4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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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온디맨드 인재(Talent on Demand)'.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외국에서는 꽤 오래 전부터 인력운용 방법으로 주목을 받아 왔다. 직원으로 고용하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외부 인력을 업무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온디맨드 인재 개념은 수요가 지속적이지 않은 업무를 정규직 직원이 아닌 외부 인력에게 의뢰해 수행하는 것으로 고용양태로만 보면 임시직이나 계약직과 다르지 않다.
 
고급 인재 시장의 변화, 채용하기도 어렵고 채용당하기도 싫어한다
▲ 진국영 커리어케어 사장.

그러나 최근의 온디맨드 인재는 저부가가치, 단순 업무가 중심이던 기존의 관행과 달리 핵심 고급 직무를 외부 전문가 집단에게 의뢰한다는 점에서 전혀 다른 인력운용 방식이다.

하버드 경영대와 보스턴컨설팅이 공동조사한 결과 포춘 500대 기업의 대부분이 이미 온디맨드 인재 서비스를 이용해 전문 인재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온디맨드 인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경영진 700명을 조사한 결과에서 응답자의 90%는 온디맨드 인재  플랫폼 활용이 향후 기업의 핵심경쟁력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고급인재시장에서 주문형 인재시스템을 활용하는 기업이 늘어 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업들의 인재소요가 특정 직무로 몰리면서 전문인력일수록 정규직으로 채용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디지털 전환 관련 인력이 대표적이다. 최근 몇 년 디지털 인력수요가 폭발하면서 이 분야 고급인재시장은 공급자 중심으로 변했다.

연봉 수준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으며 어렵사리 인력을 확보했다고 해도 장기근속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다른 회사가 더 높은 연봉과 더 좋은 근무조건을 제시하면 이탈을 막기가 쉽지 않다.

물론 보상수준을 파격적으로 높이면 된다. 그러나 변화가 심한 디지털분야에서 특정 인력을 유지하는 데 많은 비용을 쏟는 것은 다른 분야 대응능력을 약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온디맨드 인재라는 개념은 '핵심 고급 전문' 인력을 원하는 만큼만 합리적 예산으로 신속하게 동원할 수 있고 남는 예산을 다른 곳에 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규직 채용을 보완하는 중요한 고급인재 확보 수단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젊고 능력 있는 고급인재군들이 한 직장에 매여 일하는 것을 꺼려 하면서 이른바 '디지털 노마드'를 자처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온디맨드 인재개념을 확산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디지털 노마드 개념이 생겨난 지는 꽤 됐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재택근무가 2년여 넘게 광범위하게 시행되면서 급격하게 확산됐다. 집단면역으로 포스트 코로나19가 논의되고는 있지만 한번 형성된 조류는 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돼가고 있다.

최근 미국 컨설팅회사 이머전트 리서치(Emergent Research)와 MBO 파트너스(MBO Partners)가 진행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스스로를 디지털 노마드라고 부르는 미국인들이 2019년 730만 명에서 2020년 1090만 명으로 49%나 증가했다. 

이들의 직업 구성도 이전에는 프리랜서나, 독립계약자 같은 이른바 '범상치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코로나19 이후 새로 등장한 디지털 노마드는 일반 회사원들이 많았다. 평범한 회사원들이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게 되면서 재택근무에 기반한 디지털 노마드의 가능성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온디맨드형 일자리로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직종들도 늘어났다. 

예전에는 번역, 웹디자인 등 일단 일이 주어지고 난 뒤에는 어차피 '나 홀로 노동'이 대부분인 직종이 주문형 일자리의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모든 지적 노동에서 원격수행이 가능해졌다.

IT 기술, 보다 정확하게는 CPU 속도의 비약적 발전과 기기마다 몇 기가씩 꼽혀 있는 플래시 메모리가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이제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동료와 얼굴 보며 토론하고, 자료를 공유하고, 결론을 도출하고, 결과물을 나눠가질 수 있다. 시각과 청각은 이미 네트워크에서 자연스럽게 존재한다. 못하는 것은 촉각과 후각뿐이다.

국내 기업들도 많이 변했다.

핵심인재 확보를 위해 헤드헌팅 서비스를 이용해 온지 이미 40여 년이 지났다. 헤드헌터를 통해 인재를 영입하는 것을 두고 '자기 식구 중심으로 폐쇄적으로 운영한다'며 눈총을 주던 것은 옛날 얘기가 됐다.

많이 열려 있고 무척 적극적이다. 요즘엔 채용 외 비채용형 온디맨드 전문인재 확보에도 헤드헌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고위 경영진의 리더십 개발을 돕는 임원 코칭, 경영판단을 돕는 비즈니스 자문, 신규사업 진출이나 인수합병(M&A) 과정에서 필요한 시장조사와 컨설팅 등 온디맨드 전문인력 활용 분야는 다양하다.

리더십 승계, 자산취득 및 운용 등 미처 접해 보지 않은 민감한 특수 국면에서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과감히 끌어들이는 사례도 늘고 있다.

기업들은 이제 문제를 오래오래 묵히고 고민하기 보다는 드러내고 판단하고 실행하는 쪽으로 문제해결 속도를 높이고 있다. 내부 인재로 안 되면 빨리 인재를 영입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만약 채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 온디맨드 인재, 즉 비채용형 인재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

인재확보가 늦어지면 기업이 생존 자체를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잘 이해한 결과다.

비채용형 온디맨드 전문인재 확보는 기업들의 인재전략이 분명해지고 운용속도가 빨라질수록 더 많이 더 자주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진국영 커리어케어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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