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이 2분기 어느 정도 수주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1분기 매출이 8년 만에 2조 원을 넘어서 올해 큰 폭의 외형성장이 기대된다. 증권사들도 최근 삼성엔지니어링 목표주가를 대부분 상향조정하면서 눈높이를 높이고 있다.
다만 1분기 깜짝실적이 기존 수주 프로젝트의 매출 반영에 힘입은 덕분인 만큼 신규 수주를 늘려야 지금과 같은 성장 추세를 이어갈 수 있다. 그 가늠자가 동남아 화공플랜트 프로젝트 수주 여부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엔지니어링은 주요 화공플랜트 프로젝트의 뚜렷한 수주성과가 실적 성장을 구체화하는 결정요인이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박형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엔지니어링은 최근 3년 간 실적의 핵심은 수익성 개선이었다”며 “다만 이제 가장 시급한 과제였던 수익성을 확보한 만큼 이후 전략의 중심은 신규수주 및 수주잔고 확대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바라봤다.
삼성엔지니어링은 1분기 해외수주 성과는 러시아 발틱 에탄그래커 설계 및 조달 프로젝트(1조3700억 원)가 유일했다.
최 사장은 1분기 사우디 줄루프 프로젝트(30억 달러, 약 3조8271억 원) 수주전에서 일본 엔지니어링기업에 밀렸고 카타르 PVC(폴리염화비닐) 프로젝트는 입찰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믿었던 중동 플랜트시장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셈이다.
하지만 동남아시장에서 이런 부진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분기에는 동남아 플랜트시장을 중심으로 입찰 결과를 기다리는 프로젝트들이 포진해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우선 말레이시아에서 7억 달러(8918억 원) 규모의 가스 플랜트 설계조달시공(EPC)사업 확보가 기대된다. 이는 말레이시아 Shell OGP 프로젝트로, 말레이시아 동부 사라왁주 빈툴루지역에 가스를 처리하는 설비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앞서 삼성엔지니어링이 지난 2020년 기본설계(FEED)사업을 수주한 만큼 설계조달시공 수행도 맡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설계조달시공 관련 예산 산출업무 등을 담당했고 현지 관련 업체들과 네트워크도 구축했기 때문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미 말레이시아에서 기본설계에 이어 설계조달시공 업무를 추가로 수주하는 성과를 올린 경험도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20년 11월 말레이시아 사라왁 메탄올 플랜트 설계조달시공사업을 단독으로 수주했다. 2018년 초 기본설계 프로젝트를 따낸 뒤 설계조달시공사업 연계수주에 성공한 것이다.
이는 최 사장이 기본설계-설계조달시공 연계 수주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뒤 멕시코 도스보카스 정유 플랜트 사업에 이어 두 번째로 결실을 맺은 사업장이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베트남 PDH/PP(프로판탈수소/폴리프로필렌) 프로젝트, 태국 PVC(폴리염화비닐) 프로젝트 등 굵직한 화공플랜트 입찰 결과도 기다리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기본설계 업무에 참여한 인도네시아 TPPI 올레핀 석유화학단지 프로젝트도 올해 설계조달시공사업으로 전환을 앞두고 있다. 이 사업은 인도네시아 국영석유회사 페르타미나의 자회사가 발주했고 공사규모가 4조8천억 원에 이른다. 2021년 12월 삼성엔지니어링이 소속한 컨소시엄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참여한 컨소시엄이 각각 기본설계 용역을 따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설계조달시공 본사업을 두고 현대엔지니어링과 경쟁을 벌인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22년 연계수주 전략에 한층 힘을 붙이고 있는 만큼 인도네시아 올레핀 석유화학단지 본사업 수주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초 화공플랜트 수주의 50%를 기본설계 수행 사업에서 설계조달시공으로 전환된 사업으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내놓기도 했다.
동남아는 최근 들어 우리 건설사들에게 큰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에게도 동남아는 중동과 함께 주력 해외시장으로 꼽힌다. 2021년 말 기준 삼성엔지니어링은 중동을 제외한 아시아지역에서 매출의 15.1%를 거둬왔다. 해외시장으로 보면 중동(35.2%)에 이어 두 번째로 매출이 많다.
여기에 최 사장은 지난해 말레이시아 등의 현지기업과 전략적 협업 관계를 강화하면서 동남아 플랜트사업 참여 기회 확대에 힘을 실어왔다.
고유가 현상이 지속되면서 중동 산유국뿐 아니라 세계 건설시장 발주 상황이 전체적으로 좋아지고 있다. 특히 신흥시장인 동남아 국가들은 경제발전에 발맞춰 정부가 가스 등 화공부문 발전소 구축 등 인프라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는 올해 경제 성장률 추정치가 5.3%로 세계경제성장률(3.6%)을 웃돌 것으로 전망됐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국내 건설사의 해외건설 총 수주액은 66억1890만 달러로 2021년 같은 기간보다 17% 줄었다. 중동 수주액(3억2천만 달러)이 크게 감소한 영향이 컸다.
반면 국내 건설사들의 아시아시장 수주액은 49억53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5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엔지니어링이 고유가 지속에 힘입어 이머징 국가(신흥국가)에서 사업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은 양적인 측면뿐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바라봤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