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29일 이 전 대통령 사면을 반대하는 국민청원 영상에 대한 답변에서 "아직은 원론적으로 답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청원인과 같이 사면 반대 의견을 가진 국민들이 많지만 반면에 국민화합과 통합을 위해 사면에 찬성하는 의견도 많다”고 말했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선 주로 원론적 입장을 지켜왔는데 입장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지난해 말 박근혜 전 대통령을 특별사면할 때도 이 전 대통령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당시 ‘국민적 공감대’를 이유로 들며 “박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은 경우가 다르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25일 청와대 출입기자 간담회에서도 "사면은 사법 정의와 부딪힐 수 있기 때문에 사법 정의를 보완하는 그런 차원에서만 행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 점에 비춰보면 문 대통령이 이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에 찬성하는 의견도 많다고 언급한 것은 큰 변화임에 틀림없다.
문 대통령이 예민한 주제에 굳이 직접 답변하고 나선 것도 의미가 적지 않아 보인다. 정치적 지지자들을 실망시킬 수 있는 주제인 만큼 본인이 직접 책임지겠다는 뜻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면을 통해 마음의 빚을 청산해야할 대상자가 있다는 점도 이 전 대통령의 사면 가능성을 높여준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와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이 전 대통령을 동시에 사면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를 향해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내왔다.
25일 JTBC에서 방영된 손석희 전 앵커와의 특별대담에서도 “조 전 장관 일가 그 분들이 잘못한 게 있어서 잘못에 대한 벌을 받는 것이 맞다 하더라도 결국 조 전 장관이 우리 정부에서 민정수석이 되고 법무장관으로 발탁되고 하는 바람에 그런 상황이 된 것”이라며 “그런 것에 안타까운 마음이 없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이미 사면과 관련한 마음의 결정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 사면은 5월8일 석가탄신일 특별사면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일정을 맞추기 위해선 이번 주 안으로 사면 대상 명단이 확정돼야 한다.
문 대통령의 사면 결정에 있어 국민 여론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의 의뢰로 26~27일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 김 전 지사 등의 사면을 묻는 조사에서 찬성 의견은 30.2%, 반대 의견은 49.6%으로 집계됐다.
최근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 경제단체 등을 중심으로 이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이석기 전 의원 등 정치인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경제인, 여기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등을 사면해달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임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