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찬 기자 cyc0111@businesspost.co.kr2022-04-28 15:5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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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국내 1,2위 전선업체 LS전선과 대한전선이 미국 전력케이블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LS전선과 대한전선은 세계에서 10여 곳만 생산할 수 있는 초고압(HV)케이블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뛰어난 전력케이블 기술력을 지녔다. 그런 만큼 730억 달러 규모의 전력인프라 확대 정책이 집행되는 미국에서 사업기회를 넓힐 충분한 역량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 구본규 LS전선 대표이사 부사장.
28일 전선업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내 인프라 구축사업에 ‘메이드 인 아메리카’ 원칙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지며 미국에 전력케이블 생산법인을 두고 있는 LS전선이 사업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스보로를 방문한 뒤 연설에서 “미국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메이드 인 아메리카' 원칙을 따를 것이다”고 말하며 미국 기업이나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기업들에게 정책적 혜택을 주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1월 취임하자마자 미국 제조업을 되살리고 공급망을 개선하기 위해 미국산 물품 구매 의무를 강화하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그 뒤 730억 달러를 투입해 노후한 전력 설비와 전력망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세계 전선업계에서 1위는 프랑스 넥상스이며 2위가 이탈리아 프리즈미안, 3위가 LS전선이다. 이 가운데 프리즈미안은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사모펀드를 통해 최대주주로 있어 미국 전력 인프라 확대정책에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큰 곳으로 꼽힌다.
하지만 프리즈미안이 미국내 모든 전력 인프라사업을 담당할 수 없는 만큼 미국 내 생산시설을 가진 LS전선에게도 많은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시선이 많다.
LS전선은 미국 노스캐롤라나주에 생산공장을 두고 저압(LV) 및 중압(MV)케이블을 생산하고 있다. 2021년 말 기준 미국 생산법인 가동률은 58.7% 수준에 불과해 케이블 생산을 확대할 여지는 충분하다.
더구나 지주사 LS의 자회사 LSI&D가 미국 전선업체 수페리어에섹스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향후 LS전선의 미국 진출에서 시너지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수페리어에섹스는 미국에서 권선과 통신케이블을 제조하고 판매하는데 2021년 3조284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2020년보다 45.4% 증가하며 미국에서 입지를 급속도로 키우고 있다.
전력케이블은 무겁고 부피가 커 운반비용이 커 현지에 생산거점이 있다면 수출업체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LS전선은 그동안 연간 매출의 약 50~60%를 해외에서 올렸는데 이 가운데 90% 가량이 아세안과 중동 등에서 나왔다. LS전선이 해외 진출 지역을 다양화하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북미, 유럽 등 선진시장 진출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나형균 대한전선 대표이사 사장
국내 2위 대한전선은 LS전선과 달리 현재 미국에 전력케이블 생산시설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대한전선은 최근 북미에서 전력케이블 수주를 이어가며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대한전선은 2022년 들어 3월까지 북미에서만 1900억 원 규모의 전력망 공급계약을 따냈다. 이는 2021년 북미지역 수주액 2800억 원의 67%에 해당한다.
여기에 미국내 전시회와 콘퍼런스에 꾸준히 참여하며 미국에서 수요가 높은 초고압케이블 등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며 인지도를 쌓고 있다.
대한전선은 25~28일 열린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전력산업 전시회 ‘IEEE PES T&D’에 초고압케이블 등의 제품을 소개했다. 5월1~4일 열리는 북미지역 전력망 콘퍼런스 ‘ICC’에도 참석한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미국 주정부 아래 전력청 관계자들이 대한전선 제품에 호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머물지 않고 대한전선은 지속적으로 해외에 생산시설 거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미국에도 공장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전선은 베트남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해외 생산공장을 갖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수출비중이 40%가량을 차지한다.
아시아 시장 중심인 LS전선과 달리 대한전선은 2020년 기준 전체 수출 가운데 미국 시장 비중이 30%가량을 차지했다.
바이든 정부의 정책 기조에 대응해 미국 생산시설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이에 대한전선은 3월 유상증자를 통해 모은 자금 가운데 2천억 원을 활용해 미국 내 생산시설을 추가로 세운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합작법인을 세우기로 한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미국에도 새 생산시설 거점을 마련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