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자바드 오지 이란 석유장관은 최근 이란의 석유 수출 계약 상황 및 석유 생산 역량을 고려해 석유산업에 최대 2천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란 정부는 석유 생산뿐 아니라 석유화학과 관련된 산업전반에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주요 투자분야는 유전과 가스전 개발, 정유공장 증설 및 보완 등이다.
다만 이란 석유산업에 대한 외국 자본의 투자가 가능해지려면 이란 핵 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 JCPOA)가 다시 살아나야 한다.
현재 이란은 핵 합의 복원을 놓고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러시아 대표단과 회담을 이어왔다. 미국은 대화에 간접 참여하고 있다.
회담은 몇몇 사안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지난달 11일부터 멈춰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란 국영통신사 IRNA에 따르면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지난 4월12일 정부 주요간부들에게 “오스트리아 빈 회담이 잘 진행되고 있으며 협상은 현재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게다가 올해 초 배럴당 76달러 안팎에 거래되던 국제유가가 3월 들어 120달러를 웃돌고 현재도 100달러 안팎에 거래되는 등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란 핵 합의가 복원돼 이란산 원유 수출이 재개되면 하루 130만 배럴가량의 원유가 시장에 공급될 수 있어 협상타결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DL이앤씨는 이란 제재가 해제되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국내 건설사로 꼽힌다.
2018년 8월 이란 제재가 재개된 이후에도 이란 현지의 사업소를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대형건설사이기 때문이다.
DL이앤씨는 1987년 이란·이라크 전쟁이 일어났을 때도 이란 현장에서 철수하지 않을 정도로 오랫동안 이란에 각별한 공을 들여왔다.
마 대표는 이란 제재가 종료되면 대형 석유화학 플랜트사업에서 기회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이란 정부가 석유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발표한 상황에 DL이앤씨가 이란에서 석유화학 플랜트 시공했던 경험도 풍부하다.
DL이앤씨는 1990년 이란 가스정제 공장부터 2009년 가스전 공장까지 여러 차례 이란 석유산업 관련 수주에 성공했다.
가장 최근에는 2015년 이란 핵 합의가 이뤄진 뒤 2016년 12월 이란 이스파한 정유회사가 발주한 2조2천억 원 규모의 플랜트 공사를 수주하기도 했다.
비록 2년 뒤 이란 제재가 재개되며 금융조달 문제 등으로 계약이 해지됐지만 마 대표는 이번에 다시 제재가 해제되면 이에 못지않은 대규모 수주를 노려볼 만하다.
마 대표는 지난해 1월 대표이사 취임 후 해외 플랜트 수주에서 큰 성과를 보였다.
DL이앤씨는 플랜트 부문에서 연결기준으로 2019년 2286억 원, 2020년 759억 원의 신규수주를 올렸으나 마 대표가 취임한 첫 해인 2021년 2조5345억 원을 수주했다. 이 가운데 2조2020억 원이 해외에서 거둔 실적이다.
마 대표는 취임 두 달 만인 2021년 3월 러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5천억 원가량의 플랜트사업을 수주했고 12월에는 1조6천억 원 규모의 러시아 가스화학 플랜트 공사를 따내는 데 성공했다.
마 대표는 올해 카타르에서도 라스파판 석유화학 프로젝트에 입찰해 수주를 노리고 있다.
DL이앤씨는 2020년 12월부터 이 프로젝트의 기본설계(FEED)를 수행하고 있어 설계·조달·시공(EPC) 수주에도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DL이앤씨의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주택착공 세대수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마 대표는 해외 플랜트 수주에 힘을 실어 상대적으로 부진한 주택사업의 실적 보완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DL이앤씨가 이란에서 대형 플랜트를 수주한다면 올해 경영 목표 달성도 쉬워진다. DL이앤씨의 올해 목표는 매출 8조4천억 원과 해외 플랜트 수주 2건 이상 달성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 에너지 공급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 이란과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핵 협정 타결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란 제재가 해제되면 국내 건설사의 대형 플랜트 수주가 다시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