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전 부회장이 취임한 첫 해인 2016년 아워홈은 영업이익이 25% 이상 급증하며 설립 이후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리기도 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는 매출이 지속적으로 늘었지만 2018년 영업이익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고전하자 구 전 부회장은 해외사업과 케어푸드(노인과 아동 등 건강상의 이유로 식사가 제한된 사람들에게 맞춤형 음식)사업을 확대하며 실적을 만회하려 노력했다.
이같은 경영성과와는 별개로 구 전 부회장이 아워홈을 맡는 동안 구지은 대표와 갈등은 끊이지 않았다.
첫 갈등은 구본성 전 부회장의 아들인 구재모씨의 사내이사 선임이 계기가 됐다.
2019년 3월 구본성 전 부회장은 정기주총에서 이사의 보수 한도를 100억 원으로 늘리는 안건과 아들인 구재모씨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 등을 올렸지만 구명진씨와 구지은 대표의 반대로 통과하지 못했다.
하지만 2019년 8월 구 전 부회장의 아내인 심윤보씨와 아들 구재모씨는 아워홈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다. 이를 두고 구 전 부회장이 자신에서 아들로 이어지는 경영권 승계구도를 굳히려는 것이라는 시선이 나왔다. 기타비상무이사는 회사에 상근하지 않지만 사내이사와 마찬가지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아워홈은 2019년 구지은 대표가 이끄는 캘리스코에 식자재 유통을 비롯해 정보기술(IT) 지원 서비스 등 공급을 중단하고 회계·인사 등 관리 IT 서비스계약 등도 종료하겠다고 통보했다.
구지은 대표는 법원에 공급중단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맞섰고 법원은 이를 일부 인용해 아워홈에게 6개월 더 식자재 공급을 이어가라고 판결했고 이후 캘리스코는 신세계푸드로 거래처를 변경했다.
이같은 사건이 있은 뒤인 2020년 상반기에 구재모씨가 기타비상무이사직을 뒤늦게 내려놨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구본성 전 부회장이 경영권 분쟁에서 완전히 승기를 잡았다는 해석도 나왔다.
하지만 구본선 전 부회장의 보복운전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구 전 부회장은 2021년 6월 보복운전으로 차량을 파손하고 운전자를 다치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의 1심 결과가 나온 이튿날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구지은 대표는 언니들인 구미현씨, 구명진씨와 힘을 합쳐 구본성 전 부회장의 대표이사 해임안을 통과시키고 아워홈의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구본성 전 부회장이 월급과 성과급을 정해진 한도보다 많이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횡령·배임 혐의로 경찰조사까지 받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고 구 전 부회장이 올해 초 아워홈 지분을 전량 매각하겠다고 밝히면서 경영권 분쟁은 막을 내리는 듯 보였다.
◆ 구본성 지분 매각 앞두고 다시 경영권 분쟁 불씨 키워
구본성 전 부회장이 지분 전량을 매각하겠다고 밝힌 이후 다시 한번 반전이 이뤄졌다. 구 전 부회장은 둘째인 구미현씨와 손잡고 돌연 임시주주총회를 소집을 청구하면서 아워홈은 또다시 경영권 분쟁 서막을 알렸다.
▲ 아워홈 로고.
구 전 부회장은 4남매 가운데 둘째인 구미현씨와 함께 지분을 매각하려 했지만 아워홈 측이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한다.
구 전 부회장 측은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아워홈의 기업가치를 파악하기 위한 실사 요청에 회사 측이 무대응으로 일관해 중립적인 경영진 구성을 위한 주총소집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아워홈은 구 전 부회장 측 지분 매각 자문사 라데팡스파트너스에게 실사 진행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했지만 받지 못했다고 맞서고 있다.
아워홈은 26일 이에 반박 입장자료를 통해 “지분 매각 자문사 라데팡스파트너스 측에 2인의 주주로부터 받은 위임장 또는 매각 전속 계약서 등 기초 자료를 지속 요청했지만 요청한 자료 제공이나 증명이 전혀 없는 상태이며 관련 없는 내용의 공문만 발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아워홈을 맡고 있는 구지은 대표가 둘째 언니인 구명진씨와 힘을 모은다고 해도 지분은 40% 남짓에 불과해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씨와의 표대결에서 불리한 결과를 받아 들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구지은 대표와 구본성 전 부회장 둘 사이의 관계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으로 보여 향후 지분 매각 과정에서 구지은 대표의 경영권을 보장해주는 쪽으로 주식을 매각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