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은 25일 대만 타이페이에 지점을 열고 영업을 시작했다고 26일 밝혔다. 지난해 6월 대만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개설 인가를 획득한 지 10개월 만이다.
하나은행에게 대만 지점 개설은 여러모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하나은행은 이번 대만 지점 개설로 대한민국 10대 교역 거점에 모두 진출하게 됐다. 10대 교역 거점은 대만을 포함해 중국, 미국, 베트남, 홍콩, 일본, 인도, 독일, 싱가포르, 멕시코 등이다.
국내 시중은행이 대만에 진출하는 첫 번째 사례이기도 하다.
하나은행은 코로나19로 해외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확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는데 여기에 다시 속도를 붙이기 시작했다는 상징성도 지닌다.
박 행장에게 대만 진출은 해외사업에 강한 면모를 보여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은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으로 도약을 목표로 제시하고 해외사업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어 그룹 내 ‘맏형’인 하나은행을 향한 기대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해외사업에서 성과를 거둔다면 박 행장의 입지가 더욱 탄탄해질 수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많은 24개국 진출해 있으며 해외부문에서 가장 많은 순이익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해외부문 순이익을 살펴보면 하나금융지주가 약 6800억 원, 신한금융지주 약 3900억 원, KB금융지주 약 980억 원 등이다.
더욱이 해외사업은 박 행장이 그동안 능력을 발휘해 온 분야이기도 하다.
박 행장은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 부행장과 은행장(법인장) 등을 거치며 해외사업을 확대한 경험을 지녔다.
특히 2019년 6월 ‘지와스라야 사태’에 따른 어려움을 겪던 인도네시아 법인을 맡아 6개월 만에 실적 정상화를 이끌며 능력을 보여준 바 있다.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은 현지 국영보험사인 지와스라야의 저축성보험을 판매했는데 지와스라야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2018년 10월부터 원금 지급을 하지 못했다. 판매사인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의 책임 논란이 불거졌고 향후 실적악화가 우려됐으나 박 행장은 빠른 속도로 회복을 이뤄냈다.
박 행장은 대만에서 현지화 전략을 앞세워 사업 확대의 기틀을 다진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하나은행은 우선 타이페이 지점에 영어와 중국어 사용이 모두 가능한 현지 금융 전문 인력을 채용하며 영업력을 강화해 나가고 앞으로 현지 금융회사와 협업도 적극 추진한다.
현지 은행과 비교해 영업망이 부족하다는 점을 극복하기 위해 박 행장이 추후 디지털 채널로 눈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당장은 대만에서 기업금융 위주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지만 소매금융에서도 입지를 확대하려면 고객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크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우선 대만 정부 주도의 경제발전계획으로 항공·철도·에너지 등 공공인프라 분야가 활성화되어 있는 기업금융 시장을 공략할 것이다”며 “하나금융그룹 내 관계사와 협업을 강화하고 글로벌 금융기관 등 다양한 네트워크 활용을 통해 인프라 금융이나 항공기 금융 등 다양한 부문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 행장이 대만 지점에서 이른 시일 안에 성과를 거둔다면 해외사업과 관련해 전문가로서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연임 기반을 다지는 데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행장은 올해로 임기 2년 차에 접어들었다. 2021년 3월 하나은행장에 취임하며 임기 2년을 부여받았다.
올해 대만에서 순이익을 늘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면 충분히 역량을 인정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 행장은 디지털 부문에서 모바일앱 ‘하나원큐’를 중심으로 꾸준히 성과를 쌓아왔으나 그동안 코로나19의 장기화로 해외사업에서는 성과를 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하나은행은 박 행장 체제에서 안정적으로 실적이 늘어나고 있다.
하나은행은 1분기에 순이익 6671억 원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15.9% 증가한 수치다. 특별퇴직 실시로 대규모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음에도 금리가 오르고 중소기업 중심의 대출 자산을 늘리는 효과를 보면서 순이익도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