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유럽연합이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정책에 속도를 내면서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분야 선두를 달리는 현대중공업이 수주를 늘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대중공업이 엉켜 있는 노사관계 실타래를 풀지 못한다면 수혜 폭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26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중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원들은 27일부터 파업에 들어갈 계획을 세웠다.
현대중공업 노조원들은 27일 7시간 부분파업을 시작으로 28일부터 5월4일까지 전면파업을 이어간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이번 파업은 현대중공업 경영진에게 책임이 있다”며 “현대중공업 경영진은 성실히 교섭에 나오고 합리적 임금과 근로조건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2021년도 임금협상을 해를 넘겨서도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8월 현대중공업 노사는 임금협상을 시작해 올해 3월15일 기본급 7만3000원 인상, 격려금 250만 원 지급 등을 담은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투표 문턱을 넘지 못했고 그 뒤 새로운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5월5일 이후에도 파업을 이어갈지 여부를 추가회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해 파업기간이 더욱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파업이 길어질 경우 현대중공업이 강점을 보이는 LNG 선박 분야에서 사업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내 조선사들의 LNG선 수주가 늘어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올해 말까지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를 기존의 3분의2 수준으로 줄이고 2027년까지는 러시아 의존도를 0으로 낮춘다는 계획을 세웠다.
유럽은 2021년 기준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모두 155bcm(십억㎡) 규모를 수입했는데 수입량의 90% 가까이를 노드스트림을 비롯한 가스관을 통해 공급받고 있다.
하지만 유럽은 올해 말까지 러시아산 천연가스 가운데 60bcm을 수입다변화를 통해 대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50bcm을 미국과 카타르 등의 국가들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 형태로 수입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김봉환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유럽이 장기적으로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를 줄이고 수입처를 다변화하면서 연쇄적으로 LNG 선박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한국 조선3사는 LNG선 시장에서 점유율을 80%를 차지하고 있어 장기적 수혜가 예상된다.
회사별 점유율을 살펴보면 현대중공업그룹이 39.5%, 삼성중공업 25.3%, 대우조선해양 19.8%로 나타나 특히 현대중공업이 두드러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으로서는 물들어 올 때 노를 저어야 하는데 임금협상으로 노조가 파업에 들어갈 경우 조선소 가동에 타격을 입을 수 있어 노심초사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임금협상을 이른 시점 안에 해결하지 못해 2022년 임금협상과 병합하게 되면 부담은 더 커진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2019년 임금협상과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상을 2년2개월 동안 진행한 경험이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이 2021년 8천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봤으나 올해는 1천억 원대 후반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할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하지만 후판 등 원자재 가격 고공행진 부담이 여전한 상황에서 파업이 길어져 건조에 차질을 빚는다면 자칫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공산이 커진다.
더구나 중국 조선사들이 LNG선 분야에서 중국 국영기업들의 자국 발주 등 중국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건조경험을 쌓으면서 기술격차를 줄이고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현대중공업으로서는 조속히 임금협상을 매듭짓고 생산에 박차를 가해야 할 상황에 놓여 있는 셈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 인력난으로 조선업에서 힘을 모아야 할 때다”며 “노동조합원들이 파업을 선택한 것에 안타까울 따름이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