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SD 저장장치 등에 쓰이는 낸드플래시 컨트롤러를 전문으로 하는 대만 반도체기업 실리콘모션이 이른 시일에 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소비자 및 서버용 SSD와 자동차 반도체사업에서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실리콘모션 인수에 뛰어들 유력한 후보로 거명된다.
25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실리콘모션이 회사를 매각하는 절차를 추진하면서 잠재적 인수 후보자들과 비공개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아직 매각 여부도 완전히 확정되지 않은 초기 단계 논의에 불과하지만 실리콘모션의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를 고려할 때 여러 반도체기업들이 인수 기회를 엿볼 것으로 전망된다.
실리콘모션은 PC와 서버용 SSD에 쓰이는 컨트롤러,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에 쓰이는 컨트롤러 등 반도체 부품을 주력으로 한다. 최근에는 자동차용 SSD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약 20년에 이르는 업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웨스턴디지털, 일본 키오시아, 중국 YMTC 등 대부분의 낸드플래시업체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2020년부터 실리콘모션 인수 가능성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번에 매각이 추진되면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낸드플래시업계 부동의 1위 기업인 삼성전자가 실리콘모션의 컨트롤러 기술을 확보하게 된다면 낸드플래시 및 SSD시장에서 독주체제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자체 컨트롤러 기술도 상당히 우수한 수준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실리콘모션을 인수할 이유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및 SSD 제품 이미지. |
SK하이닉스도 실리콘모션을 인수할 만한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수 년 전까지만 해도 SK하이닉스가 자체 컨트롤러 기술을 충분히 보유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SSD 및 낸드플래시 시장 확대에 약점으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인텔 낸드플래시사업부 인수합병에 성공해 세계 낸드플래시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은 2위 기업으로 도약하는 등 낸드플래시와 SSD사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따라서 SK하이닉스가 실리콘모션 인수를 통해 낸드플래시 컨트롤러 기술을 강화하고 기업용SSD 등 차세대 성장동력을 육성하는 데 더 힘을 실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인텔의 우수한 컨트롤러 기술을 확보하게 된 만큼 실리콘모션 인수에 큰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는 반론도 고개를 든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실리콘모션의 현재 기업가치는 27억 달러(약 3조3700억 원) 수준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금전적으로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리콘모션 인수를 통해 실제로 낸드플래시사업에서 얼마나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가 결국 잠재적 인수 후보기업들에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로 자리잡게 될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낸드플래시시장 상위기업이 실리콘모션 인수를 추진한다면 시장 점유율을 더욱 높일 수 있어 주요 국가 당국의 독점금지규제를 피하기 어려울 가능성도 남아있다.
실리콘모션의 기술이 세계 거의 모든 낸드플래시기업에 쓰이고 있는 만큼 기술 독점이 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독점금지규제를 넘기 어려울 수 있는 이유로 꼽힌다.
결국 실리콘모션이 매물로 나온다면 미국 마이크론 등 낸드플래시시장에서 점유율이 그리 크지 않은 기업이나 시스템반도체 전문기업이 적극적으로 인수를 시도하게 될 수도 있다.
실리콘모션은 지난해 4분기 SSD 컨트롤러사업에서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는 등 반도체 호황에 맞춰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2021년 4분기 실리콘모션의 연간 SSD 컨트롤러 매출은 2020년 4분기와 비교해 약 80% 증가했고 모바일용 컨트롤러 매출은 같은 기간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실리콘모션의 미래 성장세를 고려할 때 실제로 매각이 진행된다면 인수 가격은 현재 시가총액을 훨씬 웃돌 공산이 크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