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을 뒤로 한 채 피부 측정에 들어갔다. 서비스를 담당하는 라네즈숍 컨설턴트가 일대일로 모든 과정을 도왔다.
상상했던 것과 달리 피부 측정에는 거창한 기계장치가 동원되지 않았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태블릿PC가 측정을 위한 장치의 전부였다.
아모레퍼시픽이 카이스트(KAIST)와 함께 개발했다는 시스템이라기에는 너무 단순해 보여서 얼마나 정확한 측정이 가능할지 의구심이 들기까지 했다.
측정 과정도 생각보다 간단했다. 나이대, 피부에 대해 고민하는 부분 등 측정 시스템이 요구하는 항목들을 선택했다. 그리고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도록 피부를 닦은 뒤 태블릿의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몇 초도 지나지 않아 분석이 끝났다.
결과는 놀라웠다. 측정 시스템은 전체 150가지에 이르는 색상 중 ‘22N1’을 가장 적합한 색으로 추천했다. 21호와 23호 색상 사이에서 방황하는 사람이 겪는 고민을 정확히 짚은 셈이다. 뿐만 아니라 ‘쿨톤’인지 ‘웜톤’인지 헷갈리던 피부톤도 C2, C1, N1, W1, W2 등 5가지 중 하나로 정해줬다.
▲ 피부 측정 시스템이 선정한 색과 컨설턴트가 추천한 색 2가지를 피부에 발라 비교하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컨설턴트가 조언을 더했다.
“좀 더 화사하게 보이려면 21.5호에 W1 톤을 선택하셔도 좋아요.”
기계의 판단과 전문가의 추천 중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됐다. 다행히 컨설턴트가 22N1과 21.5W1 색상 2가지 샘플을 가져와 직접 피부에 발라준 덕에 비교는 쉬웠다. 장고 끝에 21.5W1로 결정했다.
거기서 끝나는가 했는데 더 놀라운 한 가지가 더 있었다. 고객 한 사람만을 위한 전용 라벨이었다. 원하는 문구를 인쇄해 화장품 용기와 포장지에 붙여준다는 것이다. 사소할 수 있지만 ‘자신만의 것’을 바라는 사람에겐 무엇보다도 마음에 와닿는 서비스다.
그렇게 피부 측정이 종료되자 데이터를 넘겨받은 로봇이 바로 화장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5분도 지나지 않아 '따끈따끈한' 파운데이션을 손에 쥘 수 있었다. 라벨에는 ‘21.5W, 지효’라는 글자가 선명했다.
▲ '비스포크 네오' 서비스를 이용하면 맞춤형 화장품에 원하는 문구가 새겨진 라벨을 붙일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제품을 포장해 건네준 컨설턴트는 “한국인에게 비스포크 네오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이번이 처음 같다”고 말했다. 비스포크 네오는 15일부터 서비스가 시작됐는데 아직 국내에 널리 알려지지 않아 명동을 찾는 외국인들이 주로 체험했다는 것이다.
전날 예약했을 때 의외로 쉽게 예약할 수 있었던 이유가 이해됐다. 앞으로 입소문이 퍼지면 이번처럼 서비스를 체험하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부 진단과 맞춤형 화장품 제작을 ‘원스톱’으로 진행한다는 것이 예상 이상으로 편리했기 때문이다.
만약 외부의 퍼스널 컬러 컨설팅업체에서 진단을 받았어도 22N1, 21.5W1 등의 색상이 어울린다는 결과를 똑같이 얻었을 수 있다. 문제는 해당 색상이 반영된 화장품을 구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시중에서 22호 파운데이션은 거의 판매되지 않는다. 21.5호와 같은 반 호 단위 제품은 더욱 그렇다. 실제로 라네즈 파운데이션 제품군에도 22N1, 21.5W1 색상은 없다.
▲ '비스포크 네오' 로봇이 맞춤형 화장품을 제조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스포크 네오 화장품 가격만 보면 쿠션 4만5천 원, 파운데이션 6만 원 등으로 기존 네오 쿠션·파운데이션 제품군보다 다소 비싸긴 하다. 그러나 개개인에게 맞는 색상을 찾아주고 해당 제품을 만들어주는 서비스 가격이 포함된 점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수준으로 여겨졌다. 퍼스널 컬러 진단에는 통상 시간당 수만 원대 금액이 소요된다.
29일부터는 온라인을 통해 더 저렴하게 비스포크 네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기존에 사용하던 기초 화장품 제품 정보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가장 어울리는 색상을 추천해 만들어주는 방식이다. 가격은 라네즈숍에 직접 방문하는 것보다 10% 낮다.
다만 정확한 피부톤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라네즈숍을 한 번쯤은 찾아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온라인에서는 라네즈숍 컨설턴트가 일대일로 제공하는 친절한 서비스를 경험할 수 없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임한솔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