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건강보험공단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의료데이터 민간 제공을 위해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 및 조정을 진행하고 있지만 중재안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이날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현재 각 당사자들 의견 사이에서 공통적인 부분을 모아가고 있다"라며 "조속히 성과를 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앞으로 진행 일정을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르면 4월 혹은 늦어도 2분기 중에 결과를 도출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건강보험공단은 3월 중에 시민사회단체, 의료계, 보험업계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기 위한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여전히 각 당사자들 사이 의견 차이는 크게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의 의료데이터를 민간 보험사에 제공하는 문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 년 넘게 끌어온 현안이다.
한화생명 등 5개 보험사가 지난해 7월 처음으로 건강보험공단에 의료데이터 제공 신청을 하면서 관련 논의가 시작됐다.
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9월 보험사의 신청을 불승인했지만 한화생명은 지적된 내용을 보완해 지난해 12월 다시 데이터 제공을 신청했다. 건강보험공단은 올해 들어 1월 한화생명의 신청을 놓고 자료제공심의위원회 회의를 열려고 했으나 막판에 취소했다. 그 뒤 지금까지 진척이 없다.
강 이사장은 보험사의 의료데이터를 제공하는 문제를 놓고 여론 수렴에 공을 들이는 것은 시민사회의 반발을 줄여보려는 노력이다.
건강보험공단으로서는 요건을 갖춘 보험사의 데이터 제공 신청을 합리적 이유 없이 계속 거부할 수도 없다.
2020년 8월에 ‘데이터 3법’이 시행되면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비식별 처리 등 조건을 만족한다면 민간기업이 공공기관의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를 비롯해 일부 의료단체 등에서는 계속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건강보험공단의 의료데이터를 활용하면 정교한 상품개발이 가능해져 현재와 같이 유병자에 일률적으로 보험 가입을 거절하지 않고 맞춤형 상품 제공이 가능해지는 등 소비자의 권익이 증진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시민단체 등에서는 보험사가 건강보험공단의 의료데이터를 보험가입 거절의 자료로 활용할 것이라고 바라본다.
다만 강 이사장은 시민단체의 반대 등 난관에도 건강보험공단의 데이터 제공 확대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 이사장은 보건복지부에서 일할 때부터 정부의 디지털 뉴딜 등 추진에 맞춰 보건의료 분야의 빅데이터 구축 등 관련 정책 마련에 앞장서 왔다.
게다가 사회 각 분야에 빅데이터 등을 구축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인 만큼 다음 정부 역시 공공 데이터 개방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은 과학적 방역정책 수립을 위해 3월31일 코로나19 관련 데이터 개방을 정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질병관리청과 건강보험공단은 안 위원장의 요청에 호응해 4월 중에 코로나19 관련 빅데이터를 연구기관에 개방하겠다는 결정을 내놨다.
강 이사장 역시 코로나19 빅테이터 개방을 놓고 “코로나19와 국민건강보험 정보를 연계한 빅데이터 활용으로 백신, 치료제 및 효과적인 치료법 개발 등 감염병 연구의 활성화를 기대하고 빅데이터가 원활히 개방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