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든 행정부의 연비규제 강화 관련 그래프. <유진투자증권> |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 확대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강화되는 연비 기준에 따라 제조사에 과징금을 대폭 상향하겠다는 태도를 보여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전기차를 중심으로 하는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자동차 연비규제 벌금을 기존 대당 5.5달러에서 14달러로 높이면서 전기차 시장의 활성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전기차시장은 연비규제 강화와 벌금 대폭 상향, 전기차 충전 인프라 예산 집행시작 등의 이유로 판매가 급속도로 늘어날 것이다”고 바라봤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을 보면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연평균 1.5%로 대폭 낮춘 연비상향 목표를 다시 평균 8%로 올렸다.
아울러 2019~2021년형 모델의 신차 판매와 관련해 연비규제 위반 벌금을 기존 대당 5.5달러에서 14달러로 상향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022년 모델부터는 대당 벌금이 15달러로 더 높아진다.
완성차회사들이 기존보다 2.7배가량의 벌금을 물게되는 것이다.
물론 해당 규제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그동안 전기차 전환을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해당 규제가 시행될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대신 바이든 행정부는 완성차 제조사들에게 연비기준을 충족하는 차량 숫자 만큼 연비 초과 차량의 벌금을 면제해줘 친환경차 판매 확대를 유도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에서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높이고 있는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제네시스 등 내연기관차와 관련한 당장의 벌금 부담은 덜 수 있는 여지가 생긴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전기모터를 탑재한 하이브리드차를 중심으로 판매를 늘려 연비 규제 부담을 줄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한해 현대차 7만5009대, 기아 3만5625대 등 미국에서 친환경차를 모두 11만643대 팔았다. 2020년과 비교해 183.5% 급증했다.
물론 2020년 코로나19로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했던 기저효과도 있지만 2018년과 2019년에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친환경차를 각각 5만1445대, 4만4426대씩 팔았던 것과 비교해도 2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전기차로 전환하고 있는 상황에서 하이브리드 중심인 현재보다는 전기차 판매량을 더욱 끌어올릴 필요성이 크다.
미국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량만 따져보면 테슬라뿐 아니라 제너럴모터스(GM)와 비교해 지난해까지 크게 뒤쳐진 상태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미국에서 전기차를 1만9590대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테슬라는 31만3400대, 포드가 2만7140대, GM이 2만4828대 팔아 각각 1·2·3위에 이름을 올렸다. 업체별로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7위와 8위에 올랐다.
테슬라의 독주체제가 이어지고 있지만 GM 등 미국 전통 완성차 제조사들도 판매량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올해 미국에서 전용전기차 판매를 늘리고 있지만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전용전기차인 현대차의 아이오닉5와 기아 EV6 등 전용전기차를 올해부터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판매하면서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판매 확대를 노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올해에만 7종의 신형 전기차를 판매할 계획을 세워뒀다.
세부적으로 아이오닉5와 EV6를 포함해 현대차에서 아이오닉6, 기아에서 니로EV, 제네시스에서 GV60과 GV70 전동화모델, GV80 전동화모델 등이다.
이와 함께 미국 현지 판매 등에 실시간으로 대응하기 위해 제네시스 GV80 전동화모델은 미국 현지생산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전기차를 대부분 한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코나EV 등 일부 수출 모델은 체코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지만 그 수가 적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미국에서 전기차 생산 등 세부 계획 등은 조만간 간담회를 열고 공식적으로 설명할 것이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