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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도 눈독 들인 반도체기업 ARM 상장 시도, 소프트뱅크 '무리수' 될까

김용원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22-03-29 15: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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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도 눈독 들인 반도체기업 ARM 상장 시도, 소프트뱅크 '무리수' 될까
▲ 손정의(마사요시 손) 소프트뱅크 회장.
[비즈니스포스트] 일본 소프트뱅크가 엔비디아에 매각하려다 무산된 반도체 설계기업 ARM의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쳐 최근 연이은 투자 실패로 본 금전적 손실을 만회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반도체시장 불안과 인플레이션 등이 세계 증시와 경제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는 만큼 소프트뱅크의 ARM 상장이 무리한 시도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9일 블룸버그 등 외국언론 보도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ARM의 상장을 통해 최소한 600억 달러(약 73조2천억 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블룸버그는 “ARM의 높은 기업가치 측정은 손정의(마사요시 손) 소프트뱅크 회장의 도박”이라며 “투자자들에게 주요 경쟁사보다 훨씬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야만 한다”고 보도했다.

소프트뱅크는 2016년 ARM을 320억 달러에 인수하며 세계 반도체시장 역사상 손에 꼽히는 규모의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

그러나 쿠팡과 중국 알리바바, JD닷컴 등 손정의 회장이 주도한 투자 성과가 부정적으로 나타나며 손실이 커지자 자금 확보를 위해 400억 달러를 받고 엔비디아에 ARM 매각을 결정했다.

세계 주요 국가 경쟁당국이 독점금지규제를 이유로 엔비디아의 ARM 인수 승인을 내리지 않아 매각이 최근 무산되며 손 회장은 ARM을 매각하는 대신 상장해 자금을 조달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미국 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연초 대비 약 11% 떨어진 상태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인플레이션 심화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이 증시에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소프트뱅크가 ARM 인수금액의 두 배에 가까운 기업가치를 인정받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는 것은 무리수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프트뱅크는 ARM이 일반 반도체기업과 달리 고성능 서버용 반도체에 중요한 설계기술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목표한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이런 시각에 동의할 지는 미지수다.

블룸버그는 ARM의 매출 대비 주가를 인텔 등 주요 반도체기업과 비교했을 때 적정 기업가치는 300억 달러에 그친다고 보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상장 작업에 참여한 전문가들도 소프트뱅크의 목표가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상당히 야심찬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프트뱅크는 최근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미즈호를 상장주관사로 선정한 뒤 내년 3월을 목표로 본격적 상장 절차를 밟고 있다. 이 과정에서 100억 달러 가까운 대규모 대출도 받았다.

알리바바와 디디추싱, 쿠팡 지분 등 소프트뱅크가 비전펀드를 통해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산도 최근 잇따라 추가로 매각하며 자금 확보에 속도가 붙고 있다.

ARM이 시장에서 충분한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상장이 무산되거나 상장 뒤 주가가 소프트뱅크의 목표치를 크게 밑도는 수준에 그친다면 큰 타격을 볼 수밖에 없다.
SK도 눈독 들인 반도체기업 ARM 상장 시도, 소프트뱅크 '무리수' 될까
▲ 반도체 설계기업 ARM의 미국 캘리포니아 사옥.
CNBC 등 외국언론에 따르면 ARM은 엔비디아에 매각이 무산되자 임직원의 약 15%를 감축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도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인건비를 감당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신호인 만큼 ARM이 미국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해 대량의 자금을 조달하는 일이 절실한 처지에 놓인 셈이다.

ARM의 반도체 설계기반은 서버용 반도체뿐 아니라 애플, 퀄컴, 삼성전자, 미디어텍 등 세계 주요 모바일프로세서 설계기업의 제품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모바일프로세서 응용처가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넘어 자동차와 메타버스 기기, 사물인터넷 기기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ARM의 성장 전망도 갈수록 밝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전망이 소프트뱅크가 기대하는 만큼 ARM의 기업가치 평가에 반영될 수 있을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문제다.

SK그룹 투자회사 SK스퀘어를 이끄는 박정호 대표이사 부회장은 28일 주주총회에서 “꼭 최대주주가 되는 걸 목표로 하지 않더라도 ARM을 사고 싶다”며 투자에 관심이 있다는 뜻을 보였다.

엔비디아도 ARM 인수를 추진할 때 시장 평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되는 만큼 ARM 상장이 의외의 성공으로 이어져 소프트뱅크에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다.

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세계 경기침체 등 영향이 현실화된다면 소프트뱅크가 ARM의 기업가치를 목표한 대로 인정받을 것이라는 기대는 갈수록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CNBC는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소프트뱅크의 ARM 목표 기업가치는 시장 상황이 아닌 자신들의 입장만을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하지만 ARM의 사업 전망을 고려하면 투자자를 찾는 일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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