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대상에 따르면 미국 LA공장에서 제품 생산을 위한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가운데 김치와 고추장 제품을 양산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는데 현지 생산이 시작되면 대상 제품들이 입점한 대형쇼핑몰을 통해 증가하는 미국 수요를 맞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 대표는 25일 정기주주총회에서 "해외 제조기지의 조기 안정화를 통해 글로벌 성장 기반을 더욱 공고하게 다져가겠다"며 "현지 메인스트림 소비층을 중심으로 차별화된 전략을 실행해 해외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대상은 2019년부터 현지 제조법인(DSF DE)을 설립하고 2020년 130억 원을 투입해 현지 생산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2021년 준공해 시범생산 들어는데 코로나19 영향으로 가동을 미뤄오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 질병사태가 진정국면에 들어가면서 사업에 속도가 붙은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시장을 공략할 현지화 전략은 이미 준비돼있다. 대상은 미국에 장류 문화가 없는 점을 고려해 케찹이나 스리라차 소스처럼 묽은 형태의 고추장소스, 고추장김치소스, 고추장유자소스 등을 준비해뒀다.
대상의 미국시장 전략은 원래 현지교민을 중심으로 한 김치소비층이 주요 타깃이었으나 최근 시장의 변화에 따라 고추장소스를 전략적 상품으로 밀고 있다.
이는 최근 K콘텐츠와 BTS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 식문화에 대한 현지인들의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치 비빔밥, 불고기를 넘어 매운라면, 치킨, 떡볶이까지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그 핵심원료인 고추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문화에 큰 관심이 없는 미국인 사이에서도 베트남식 스리라차소스가 인기를 끌면서 아시안 스파이시 소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지 언론은 고추장을 스리라차의 뒤를 잇는다는 뜻에서 '뉴 스리라차'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대상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그동안 많이 사용해온 레드페퍼 소스 등의 일반명사대신 고추장(GOCHUJANG)을 브랜드명으로 활용해 마케팅을 펴고 있다.
고추장소스가 미국시장에 안착한다면 대상의 오랜 고민인 국내 장류시장의 저성장문제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장류시장은 2010년대 이후 1조 원 수준에서 정체돼있어 성장할 여지가 많지 않은데 글로벌 고추장 수출액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20년 전체 고추장 수출액은 2019년보다 35% 늘어난 624억 원을 보였다. 아직 대상의 고추장 수출액은 약 250억 원 수준으로 대상 김치 수출액의 3분의 1 수준이나 그 성장가능성은 김치 못지 않다.
임 대표로서는 올해가 그동안의 해외투자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대상은 2021년 코로나19 영향으로 2021년 내부목표로 알려졌던 4조 원에 근접하지 못했고 해외투자가 늘면서 이익도 줄었다. 2021년 연결기준 매출 3조4700억 원 영업이익 1532억 원을 냈다. 2020년보다 매출은 11.4%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12.4% 줄었다.
임 대표는 그동안 아시아시장에 김치와 고추장 등 알리며 해외매출 1조 시대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해외매출의 70% 이상이 중국 등 아시아에서 나온다는 한계를 지적받기도 한다. 임 대표의 염원인 매출 4조 시대를 열려면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시장 진출이 불가피한 까닭이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