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LG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와 TV용 올레드 사업에서 협력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은 프리미엄TV 시장에서 올레드 패널 수요가 빠르게 늘며 올해 올레드 사업에서 영업흑자 전환을 앞두고 있다. 정 사장이 삼성전자와 협력까지 성사시킨다면 그 시기는 더 빨라질 수 있다.
2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에 TV용 올레드 패널을 공급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 사장이 납품 협상에서 '꽃놀이패'를 쥐게 될 공산이 크다는 시선이 나온다.
프리미엄TV시장에서 최근 올레드 패널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어 정 사장으로서는 삼성전자가 아니어도 LG전자 등 다른 고객사 확보에 큰 어려움이 없는 상황이다.
반면 삼성그룹 내 삼성디스플레이의 '올레드' 패널 생산능력은 삼성전자의 올해 판매목표와 비교해 크게 부족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TV용 QD(퀀텀닷)올레드 생산능력은 TV를 연간 100만 대가량 생산할 수 있는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소니에게도 TV용 올레드를 공급해야 한다.
삼성전자만 해도 2022년 퀀텀닷올레드TV 판매 목표량을 200만 대로 정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생산 물량을 모두 확보해도 턱없이 모자란다.
이와 달리 LG디스플레이는 현재 국내 파주공장과 중국 광저우공장에서 TV용 올레드를 생산하고 있는데 연간 55인치 TV를 1천만 대가량 생산할 수 있는 생산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2021년 4분기 LG디스플레이의 대형 올레드 판매량은 약 230만 대에 이른다. 이는 1년 전보다 45% 늘어난 수치다. 직전분기인 2021년 3분기와 비교해도 28% 증가했다.
전자업계에선 LG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의 올레드 협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두 회사 사이에 납품 단가를 놓고 줄다리기가 이어져 협력이 무산될 수 있다는 말이 돌기도 했으나 최근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은 23일에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와 협력하는 문제와 관련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 것이다"며 "상호 조건이 맞는다면 기회는 열려있다"고 말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DX부문장)도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2에서 LG디스플레이로부터 올레드패널을 공급받을 것인지를 놓고 "구매 여부를 확답해서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한 부회장이 언론과 인터뷰에서 "LG디스플레이의 올레드패널 공급설은 소문일 뿐"이라고 일축한 것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셈이다.
정 사장으로서도 세계 TV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의 TV용 올레드패널 고객사가 된다면 올레드 대세화를 더 빨리 이룰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가 올해 2분기부터 삼성전자에 TV용 올레드를 공급하기 시작해 올해 150~200만 대에서 2024년 500만 대까지 공급량을 늘릴 것으로 전망했다.
만약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의 고객사가 되지 않더라도 정 사장이 다급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업계에선 LG디스플레이가 올레드 사업에서 지난해 4분기 손익분기점에 근접했고 올해 수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한다.
더구나 TV용 올레드를 생산하는 업체는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밖에 없다. 또 올레드TV 브랜드가 2013년만 해도 LG전자밖에 없었는데 2021년에는 20개에 이를 정도로 올레드TV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2021년 전세계 올레드TV 출하량은 652만5천 대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보다 80% 증가한 것이다. 옴디아는 2022년 올레드TV 출하량을 800만 대로 전망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LG디스플레이의 올레드패널을 적용하는 것과 관련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말밖에 할 수는 없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