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전기차 배터리업체 CATL의 미국시장 진출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한국 경쟁업체들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중국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CATL이 미국 고객사들의 요구에 맞춰 공장 건설을 서두르고 있는 만큼 미국 고객사를 대상으로 한 전기차 배터리 수주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25일 중국 현지 매체 촹예방에 따르면 린보챵 샤먼대학 중국에너지정책연구원장은 “CATL이 곧 미국에 공장 투자를 시작한다면 계획을 예정보다 크게 앞당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쩡위췬 CATL 회장이 2월 회사 내부 관계자들과의 회의에서 미국시장에 꼭 진출해야 한다고 말한 지 약 1개월만에 구체적 투자 계획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불룸버그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CATL은 50억 달러(약 6조1천억 원)를 투자해 북미에 연간 80기가와트시(GWh) 규모 생산능력을 갖춘 배터리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위칭쟈오 배터리백인회 이사장은 촹예방을 통해 “CATL이 아직 미국공장 설립에 관련해 정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시장 진출은 결국 고객사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CATL의 북미 고객사들이 현지 전기차 배터리공장 설립을 요구한 데 따라 투자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 컨설팅업체 전리연구의 뭐커 사장도 촹예방과 인터뷰에서 “CATL이 미국에 공장을 설립하는 것은 고객사인 테슬라의 미국 전기차공장에 배터리 공급을 더 원활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현재 CATL의 최대 고객사로 테슬라 중국공장에서 생산하는 전기차 배터리를 주로 공급하고 있다.
CATL이 미국공장 설립을 계기로 테슬라 이외 고객사까지 확보하는 목표를 두고 일본 및 한국 경쟁사들과 본격적으로 맞대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촹예반은 "LG에너지솔루션, SK온, 파나소닉 등 경쟁사는 이미 미국에 공장을 설립하고 주요 완성차기업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며 "CATL이 경쟁에 참전하면 경쟁환경이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CATL이 이미 세계 1위 전기차 배터리기업으로 자리잡은 데다 미국 공장에 공격적 투자가 예상되는 만큼 여러 완성차기업이 배터리 물량 확보를 위해 러브콜을 보낼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촹예반은 BOC증권 보고서를 인용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파나소닉이 현재 미국에 보유한 배터리공장 생산 능력 총합이 90기가와트시 규모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CATL의 예상 투자 규모는 80기가와트시로 배터리업체 세 곳의 생산 능력을 합친 것과 맞먹는 수준이다.
결국 CATL이 앞으로 미국 배터리시장에서 물량 공세로 우위를 차지하고 원가 경쟁력도 확보한다면 현지 고객사 수주에 더 유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촹예방은 자동차업계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CATL도 중국 내수시장에서 성장 한계를 맞고 있는 만큼 미국시장에서 훨씬 큰 성장 잠재력을 확보하려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에서 시장 경쟁 심화와 정부 정책 변화로 CATL의 수익성이 계속 낮아지고 있는 만큼 기존 완성차업체들의 전기차 전환이 빨라지는 미국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촹예방은 전문가 말을 인용해 “중국 친환경차 시장 경쟁이 이미 치열한 상황고 시장 규모가 더 확대되기에도 한계가 있다”며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지만 해외에 더 많은 기회가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최근 자동차를 포함한 주요 제조업 분야 기업들의 현지 생산공장 설립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완성차기업들이 이런 정책에 맞춰 미국 내 전기차공장 설립에 속도를 내며 자연히 안정적으로 배터리 공급망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촹예방은 GM과 포드가 LG에너지솔루션 및 삼성SDI와, 테슬라가 파나소닉과 손잡고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을 설립해 공장 투자에 나선 점을 대표적 예시로 꼽았다.
CATL도 미국 진출 과정에서 한국 배터리업체와 같이 완성차기업과 손잡고 사업을 빠르게 확대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다만 촹예방은 CATL의 미국공장 투자에 인건비 증가와 무역갈등, 협력사 생산설비 이전 등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며 한국과 일본 배터리업체들과 경쟁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노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