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고가 수입자동차 시장을 '색깔론'이 뒤흔들 가능성이 나온다
국내에서 이른바 ‘슈퍼카’로 불리는 최고급 자동차 브랜드들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법인차 별도 번호판 색깔 도입 추진' 공약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후보자 시절 공약 유투브 영상 갈무리. |
지금껏 롤스로이스, 벤틀리, 람보르기니, 마세라티 등으로 대표되는 슈퍼카를 구매하는 ‘큰 손’들이 주로 법인이었던 만큼 이들이 별도 번호판 색깔 도입에 부담을 느낀다면 슈퍼카 시장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1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법인차는 원래 기업 등에서 업무용으로만 운용해야 하지만 오너나 주요 경영진이 사적으로 사용하는 관행도 상당히 많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법인차와 개인이 등록한 차량과 번호판 색깔이 동일하다보니 사적으로 이용해도 티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법인의 슈퍼카 구매가 한동안 꾸준히 확대돼 왔다.
더구나 법인이나 사업자 명의로 차를 등록하면 세금 감면에다 운용비를 법인 경비로 처리하면서 세제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법인의 슈퍼카 구매 확대에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당선되면서 이런 관행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윤 당선자는 후보 시절 고가의 수퍼카를 법인 명의로 구매해 개인이 유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인차의 번호판 색을 일반차와 다르게 하는 방식으로 편법 및 탈세 행위를 막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세부적으로 법인차 번호판의 색을 연두색으로 바꾸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법인차 번호판 색 변경은 등록번호판 기준 고시를 개정하면 바로 가능하다는 점에서 바로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자동차 번호판은 일반이 흰색, 영업용 차량이 노란색이나 주황색, 전기차가 파란색, 외교용 차량이 군청색 등으로 분류된다.
법인차 번호판 색깔이 변경되면 법인들의 국내 고가 수입차 구매도 크게 감소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특히 슈퍼카로 분류되는 롤스로이스와 마세라티, 벤틀리, 람보르기니 등 수억 원이 넘어가는 차량들의 판매가 대폭 줄어들 공산이 크다.
수입차협회에 따르면 2021년 전체 판매량에서 법인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37%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 지난해 전체 판매에서 법인차 비중이 평균인 37%를 넘어가는 브랜드는 아우디와 BMW, 밴틀리, 캐딜락, 시트론, 재규어, 람보르기니, 랜드로버, 마세라티, 메르세데스-벤츠, 포르쉐, 롤스로이스 등이 있다.
특히 이 가운데 밴틀리와 람보르기니, 마세라티, 롤스로이스는 법인차 비중이 80%를 웃돌고 있어 법인차의 번호판 색깔 변경이 치명적일 수 있다.
롤스로이스는 2021년 전체 225대 팔렸는데 법인차가 205대로 91%에 육박한다. 나머지 브랜드들도 밴틀리(80%), 람보르기니(85%), 마세라티(83%) 등이다.
특히 법인구매에서 고가 모델의 판매량 증가세가 눈에 띈다.
지난해 판매된 법인 차량에서 7천만 원 이상 1억 원 미만의 차량은 2만2801대로 집계됐다. 2020년보다 18.3% 감소한 수치다.
반면 1억 원 이상 1억5천만 원 미만은 2만7416대로 2020년의 2만 1041대보다 30.29% 상승했다.
1억 5천만 원 이상의 모델도 1만5211대가 팔려 2020년의 8872대보다 71.44%나 급증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법인차의 번호판 색깔이 바뀌면 아무래도 주변의 눈을 의식해 사적으로 운영하기가 지금보다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적 운영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미국 일부 주에서 법인차를 출퇴근용으로 인정하지 않는 등의 법안을 시행하는 점을 고려해 더욱 강력한 규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