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해운 벌크선 놓친 HMM 컨테이너선 사업 확대, 최원혁 브라질 등 해외 항만거점 확보에 4.2조 투입
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5-08-05 16: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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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HMM의 SK해운 부분 인수 협상이 결렬됐다.
HMM은 풍부한 현금을 활용해 SK해운의 벌크선 사업을 가져올 수 있는 기회였지만, 매매 가격을 놓고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며 결국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 거론된 SK해운 매매가는 약 2조 원이었다.
▲ 벌크선 사업 확대를 위해 SK해운 인수를 타진해온 최원혁 HMM 대표이사 사장이 협상 최종 결렬에 따라 향후 수익성 개선을 위해 주력인 컨테이너선 사업을 대폭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 HMM >
이에 따라 최원혁 HMM 대표이사 사장은 당분간 컨테이너선 확대, 해외 컨테이너선 항만터미널 인수 및 건설 투자 등 기존 주력인 컨테이너 사업 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 사장은 2030년까지 해외 주요 국가에 항만터미널 거점을 확보하는 데 2030년까지 4조2천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5일 HMM과 해운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회사는 현재 브라질 산투스항 항만 터미널 개발 사업 ‘테콘10’ 입찰을 검토 중이다.
브라질 상파울루 연방법원은 지난달 테콘10 입찰을 중단해달라는 취지의 덴마크 해운사 머스크의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HMM의 테콘10 입찰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테콘10은 기존 산투스항에서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의 1단계 입찰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 세계 1·2·3위 해운사 MSC·머스크·CMA CGM 등이 산투스항에서 터미널을 이미 운영하고 있는데, 브라질 정부가 이들의 입찰을 제한한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한 것인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테콘10은 산투스항 사부(Saboó) 지구 62만2천㎡ 부지에 연간 처리용량 35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의 항만 터미널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브라질 정부에 따르면 총 예상 투자 규모는 9억7천만(약 1조3500억 원)으로, 산투스 항만청은 수년간 끌어온 입찰을 올해 12월까지 마치고, 25년 장기 사용 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HMM은 컨테이너사업 확대 일환으로 글로벌 항만 터미널 개발 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HMM이 운영하는 스페인 알헤시라스컨테이너터미널(TTIA) 측이 스페인 알헤시라스 항만청에 남측 부지 1단계 개발 의향서를 냈다. 개발 계획에 따르면 이 항만터미널은 2028년까지 1단계 개발로 연간 처리량이 210만 TEU로 늘어난다. 향후 2단계 개발을 완료하면 처리량은 연 280TEU로 더 늘어난다.
총 투자금은 1억5천만 유로(2400억 원)으로 HMM이 3500만 유로(560억 원)를 부담하고, 나머지 금액은 TTIA 합작파트너인 CMA CGM과 외부차입으로 조달한다.
또 HMM은 인도 정부가 2040년까지 개발하는 바드반(Vadhvan) 항구의 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인도 자와힐랄네루항만청과 지난 1월 체결하기도 했다.
바드반 항구는 2029년까지 1단계 개발을 통해 연간 처리량 685만TEU로 구축한 뒤, 2단계 사업을 통해 2040년까지 처리량을 2320만TEU까지 늘릴 예정이다.
HMM은 최근 글로벌 해운 사업 확대를 위해 2030년까지 모두 23조5천억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분야별로는 컨테이너선 사업에 16조9천억 원, 벌크선 사업에 5조6천억 원, 디지털·친환경 경영에 1조 원 등이다. 항만 터미널을 모두 11곳 확보하기 위한 투자는 컨테이너선 사업 투자 계획에 속한 것으로, 물류사업 추진 등과 합친 투자규모는 4조2천억 원이다.
HMM은 현재 한국(부산·광양), 미국(워싱턴주 타코마, 캘리포니아주 롱비치), 대만, 싱가포르, 스페인, 네덜란드 등에 지분투자 형태로 항만 터미널을 보유해 운영하고 있다.
▲ HMM은 1조3500억 원 규모의 브라질의 산투스항 터미널 개발 사업 '테콘10' 입찰을 검토 중이다. 사진은 산투스항 전경. <산투스 항만청>
통상 해운사는 터미널 운영주체들과 계약을 맺고 화물을 처리하는데, 자체 터미널을 보유하면 선사는 선석 배정, 하역 일정 조율 등에서 이점을 누릴 수 있는 등 컨테이너 사업의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특히 2024년 기준 HMM의 매출원가 가운데 항만입출항비, 화물선적·하역·운송 등 항화물비가 차지하는 원가 비중이 45.3%에 달했다. 이에 따라 세계 주요 항만터미널 보유 수를 늘려 원가를 낮추고,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것이다.
글로벌 해운사들의 대규모 발주에 따른 컨테이너선 공급 과잉, 미국 관세정책에 따른 글로벌 물동량 감소 전망 등 세계 컨테이너선 해운 운임은 중장기적으로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만큼, HMM 입장에선 수익성 확보를 위한 해외 항만터미널 거점 마련이 시급해진 셈이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원은 “2025년 하반기 세계 경제가 혼란과 성장 둔화가 예상되는 반면, 신조선 물량의 대량 인도가 예정대로 이워져 하반기부터 컨테이너선 시황은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