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중국 칭화유니그룹이 애플에 그래픽칩 설계를 공급하는 영국의 시스템반도체기업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칭화유니그룹이 메모리반도체를 놓고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상황에서 인수합병을 통해 시스템반도체 기술력마저 확보한다면 삼성전자에 큰 위협이 될 수도 있다.
◆ 영국 반도체설계업체 인수 추진
영국 텔레그래프는 10일 "칭화유니그룹이 이매지네이션테크놀로지의 지분 일부를 인수하며 앞으로 애플과 치열한 인수경쟁을 벌일 것을 예고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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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오웨이궈 칭화유니그룹 CEO. |
이매지네이션테크놀로지는 애플 아이폰 등에 탑재하는 그래픽칩의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시스템반도체 기업으로 애플이 3월부터 인수를 추진해온 영국기업이다.
그런데 이매지네이션이 칭화유니그룹에 지분 3%를 매각했다고 9일 발표한 뒤 중국의 공격적인 반도체사업 진출전략이 시스템반도체 분야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칭화유니그룹이 이번에 소량의 지분을 인수한 데 대해 경영난으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이매지네이션을 완전히 인수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텔레그래프는 "중국기업이 이매지네이션의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그동안 반도체업계에서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된 것"이라며 "칭화유니그룹이 세계 최대 반도체기업을 목표로 470억 달러의 투자를 예고한 만큼 애플에 강력한 인수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사 리베럼은 "칭화유니그룹은 중국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서구 반도체기업들의 인수를 꾸준히 노리고 있다"며 "이번 인수설도 최근 여러 군데의 굵직한 반도체기업을 사들인 것과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칭화유니그룹은 최근 텐실카와 MIPS 등 반도체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들을 기업가치의 평균 7.7배의 금액을 주고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도 세계 최대 전자업체인 애플과 인수전에서 맞붙게 되는 만큼 이매지네이션의 인수에 거액을 쏟아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더타임즈는 "칭화유니그룹은 최근 눈에 띄게 반도체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의 인수를 확대하고 있다"며 "사실상 중국 정부차원의 움직임으로 해석되는 만큼 상당히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에서 경쟁자 맞이하나
칭화유니그룹이 그래픽칩 등 시스템반도체 기술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향후 국내의 삼성전자에게 장기적으로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칭화유니그룹은 이미 D램 등 메모리반도체의 대량생산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정부의 지원 아래 신규공장 증설과 인력 및 기술력 확보를 위해 막대한 금액을 쏟아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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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시장에서 중국의 경쟁력이 급성장할 것에 대응해 시스템반도체를 성장동력으로 삼고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칭화유니그룹이 시스템반도체를 설계하는 기업의 인수를 늘리며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AP(모바일프로세서)와 그래픽칩, 통신칩과 이미지센서 등 시스템반도체의 라인업을 확대하며 반도체사업 실적에서 비메모리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반도체 위협이 시스템반도체 분야까지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만큼 차별화된 기술력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라는 주문이 높아지고 있다.
칭화유니그룹이 최근 미국 정부의 견제로 마이크론을 우회인수하려던 계획이 무산된 만큼 인수합병을 마구잡이로 확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역시 시스템반도체시장에서 인텔과 퀄컴 등에 비해 후발주자인 만큼 중국에 추격당할 가능성이 있다"며 "개발역량을 더욱 집중해 비메모리반도체에서 확실한 주력상품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