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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공약 원격의료 '뜨거운 감자', 본격 도입까지 넘어야 할 산 많다

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 2022-03-16 15: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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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57279'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윤석열</a> 공약 원격의료 '뜨거운 감자', 본격 도입까지 넘어야 할 산 많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새 정부에서 원격의료 도입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60대 A씨는 얼마 전부터 병원에 가는 대신 집에서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있다. 의사는 화상카메라와 원격진단장비로 A씨의 상태를 확인한 뒤 처방을 내린다. 하루도 지나지 않아 A씨의 집에 약이 배송된다. 

‘원격의료’라는 단어에서 상상되는 미래다. 정보통신기술(ICT)이 발달한 요즘에는 멀지 않은 미래에 닥칠 현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세계 각국에서 원격의료를 미래 신산업으로 주목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차기 정부에서 이런 원격의료를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원격의료가 실제로 보편적인 인프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기술적, 제도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신산업에 대한 기대감과 아직 검증되지 않은 의료체계에 대한 우려가 병존하고 있기도 하다.

16일 법무법인 세종 대선TF팀의 보고서 ‘제20대 대통령선거:그 결과와 영향’에 따르면 원격의료는 윤석열 정부의 주요 논제로 떠오를 공산이 크다.

법무법인 세종은 “새 정부는 디지털의료바이오산업의 육성, 디지털병원, 디지털의료 전문인력 양성 등을 주요 정책목표로 삼고 있다”며 “이런 디지털 헬스케어 확대정책 기조는 장기적으로 원격의료의 활성화 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가 원격의료 정착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57279'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윤석열</a> 공약 원격의료 '뜨거운 감자', 본격 도입까지 넘어야 할 산 많다
▲ 현행법상 의사가 환자에게 원격의료를 제공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 원격의료, 제도와 신뢰성 아직 불안
원격의료의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제도적 기반이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의료법 제34조는 원격의료를 ‘컴퓨터·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게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현재 법적으로는 의사 대 환자의 원격의료 행위가 불가능한 것이다.

다만 현 정부에서는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2020년 2월 일시적으로 의사와 환자 사이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다. 참여를 원하는 의료기관은 전화나 화상통신을 활용해 환자 상담 및 처방을 할 수 있게 했다. 올해 2월 기준으로 300만 건이 넘는 비대면 진료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비상사태에 의한 한시적 조치가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는 없다. 윤석열 정부가 원격의료를 정식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원격의료의 범위를 협소하게 규정한 현행 의료법을 필수적으로 개정해야 한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에서는 원격의료의 책임 소재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행법은 원격의료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의료법에서 원격의료의 책임을 규정한 조항은 제34조 3항과 4항이다. 3항은 ‘원격의료를 하는 자(원격지 의사)는 환자를 직접 대면하여 진료하는 경우와 같은 책임을 진다’고 명시돼 있다. 

4항은 ‘원격지 의사의 원격의료에 따라 의료행위를 한 의료인이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현지의사)인 경우에는 그 의료행위에 대하여 원격지 의사의 과실을 인정할 만한 명백한 근거가 없으면 환자에 대한 책임은 제3항에도 불구하고 현지 의사에게 있는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백경희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원격의료에 관한 법제의 개정 방향에 관한 고찰’ 논문에서 해당 조항들을 두고 “환자가 원격지 의사 내지 현지 의료인의 지시에 따르지 않는 경우나 원격자문에 활용되는 정보통신기술의 불완전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의 경우, 원격지 의사와 현지 의료인에게 의료과실을 부담지울 수 있는 근거가 없는 경우에 대한 면책 가능성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원격의료 자체의 신뢰성도 아직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본다.

원격의료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현재 한시적으로 허용된 전화와 화상통신 기반의 원격진료 이외에도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다. 현재 원격 환자 모니터링, 휴대용 의료기기, 재택 혈액검사, 인공지능 기반 진찰 등 여러 기술과 장비가 연구개발되고 있다.

다만 이런 기술들을 실제로 환자에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존 대면진료와 비교해 실제로 의료환경을 유의미하게 개선할 수 있는지 실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원격의료 실현을 위한 국내 과학기술의 현황과 극복과제’ 보고서에서 “원격의료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수요는 증가하고 있으나 본격적인 도입을 위해서는 원격의료의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며 “의료분야에서는 새로운 의료기술이 도입되면 이를 검증하는 절차가 존재하는데 원격의료 역시 안전성, 유효성 등에 대한 검증 및 임상 시험 절차 등을 도입해 안전성을 충분히 검증한 후 의료현장에 도입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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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자유특구에서 실증하는 원격의료 관련 서비스. <강원규제자유특구 홈페이지>
◆ 의료계 반발, 돌파구는 소통과 실증
이처럼 원격의료의 법적, 기술적 기반이 불확실하다는 점은 의료계가 원격의료 도입에 반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윤석열 당선인은 2021년 12월 서울 중구 시그니처타워에서 열린 ‘스타트업 정책토크’에 참석해 “원격 비대면 진료는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라고 생각한다”며 “차기 정부를 맡게 되면 원격의료라는 혁신적인 제도와 최첨단 기술의 혜택을 국민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이 나온 직후 대한의사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강한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의사협회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앞서 산업적인 측면만을 부각시키며 원격의료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에 깊은 유감을 밝힌다”며 “의료의 본질과도 같은 ‘환자 대면 원칙’이 훼손될 경우 국민건강에 커다란 위해를 초래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의사협회가 원격의료에 대해 ‘무조건 반대’를 천명한 것은 아니다. 

의사협회는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과 치열한 논의, 그리고 정확한 공식적 통계에 근거해 합리적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 원격의료의 부작용에 대한 대비책 마련 등 법적·제도적 문제를 먼저 검토해야 한다고 봤다.

윤석열 정부가 원격의료를 제도화하기 위해서는 의료인을 비롯한 이해관계자와 충분한 대화가 필요한 셈이다. 의료현장에 있는 전문가들의 협조가 없으면 원격의료 시행 자체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특히 원격의료 관련법을 합리적으로 손보려면 현재 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과 협의도 거쳐야 한다. 

민주당은 앞서 박근혜 정부 시절 원격의료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으나 최근에는 부정적 태도가 상당히 희석된 것으로 보인다. 강병원 최혜영 민주당 의원은 원격의료를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하기 위한 의료법 개정안을 지난해 발의하기도 했다. 

다만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에는 원격의료가 다시 국민의힘과 민주당 대립의 중심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원격의료 제도화에 민주당이 호의적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원격의료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 역시 윤석열 정부의 과제다. 여기에는 이전 정부가 추진했던 여러 시범사업이 참고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2014년부터 여러 형태의 정부 주도 시범사업을 통해 원격의료의 안정성, 만족도 및 임상 유효성에 대한 데이터 수집이 이뤄져 왔다.

보건복지부는 2014~2016년 3차례 의사와 환자 사이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만성질환 모니터링, 군장병 및 원양선박 대상 원격의료 등이 이뤄졌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후 2019년 8월 강원도 춘천시와 원주시 등이 의료정보 기반 건강관리 서비스, 의료사물인터넷(IoMT) 기반 원격의료 서비스, 이동형 엑스선 진단시스템을 활용한 응급현장 의료서비스 등을 실증하기 위한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됐다.

강원도는 또 지난해 7월에는 정밀의료산업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돼 개인 의료정보와 인공지능을 결합한 맞춤형 의료산업을 시행할 수 있게 됐다. 기존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자유특구에 관한 실증 특례도 연장됐다.

지역에서는 향후 이런 실증사업이 연속적으로, 더 큰 규모로 이뤄져 원격의료 제도화의 단초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성인 강원테크노파크 원장은 지난해 6월 정책브리핑에 낸 기고문에서 “실증특례의 유효기간 연장을 통해 의사협회도 공감할 수 있는 점진적 혹은 제한적 규제 개선을 시행하겠다”며 “당뇨·고혈압 외에도 안정성이 검증된 질환을 추가하고 원격의료를 확대해 실효성 및 안전성을 확보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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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국가보건의료서비스(NHS) 앱을 사용해 정기 처방받는 약의 처방전을 받는 모습. < NHS 유튜브 채널 >
◆ 원격의료의 가능성, 시대적 대세?
윤석열 당선인이 여러 난제에도 불구하고 원격의료 도입에 나선 까닭은 그만큼 원격의료로 인한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원격의료는 먼저 의료 사각지대 해소에 기여한다. 병원이 부족한 지역에 사는 사람이나 노인, 장애인 등이 보다 손쉽게 의료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단시간에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할 수 있어 의료서비스 비용을 절감하는 것도 가능하다. 장기적으로는 인구집단의 건강에 대한 빅데이터를 수집해 사회 전체 건강관리의 품질을 높이는 효과 역시 기대된다. 

해외 선진국들은 이런 장점을 눈여겨보고 한 발짝 앞서 원격의료 도입에 뛰어들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에 따르면 독일은 2019년 의사가 당뇨병 모니터링 등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처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영국은 2019년부터 국가보건의료서비스(NHS) 앱을 통해 진료기록 열람, 자동 처방전 발급, 원격진료 등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최근 원격의료에 대한 보험 적용이 확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원격의료시장이 갈수록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시장 조사업체 마켓앤마켓은 원격의료시장 규모가 2019년 254억9천만 달러(31조4천억 원)에서 2025년에는 556억1천만 달러(68조7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원격의료에는 그림자도 있다. 의료계에서는 오진의 위험성,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의료 영리화에 의한 독과점 등의 문제를 우려해 왔다.

다만 원격의료 도입 자체는 시대적으로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시선이 우세하다.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은 최근 글로벌 컨설팅기업 EY와 인터뷰에서 원격의료에 대해 “가야 할 길이 멀고 얼마나 빨리 가느냐가 남아있다”며 “의사와 간호사, 정부, 환자, 기업들이 서로 역할 면에서 동참할 수 있는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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