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생산현장에서 생산량보다 안전을 우선순위에 두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그동안 최고경영자의 안전 강조에도 현장에선 효율 중심의 생산체제가 여전히 유지되며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를 놓고 포스코 내부에서는 기업문화가 변화할 조짐을 보인다는 긍정적 반응이 나온다. 다만 내부문화 변화뿐 아니라 노후설비 개선 등 실제 안전설비 투자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14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포스코지회(포스코 노조)에 따르면 포항제철소의 한 생산담당 임원이 최근 현장 직원들에게 생산량보다 안전문화를 먼저 정착시키겠다는 요지의 메일을 보냈다.
이 생산담당 임원은 메일에서 “시스템만 가지고 하루 아침에 안전사고가 근절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문화를 바꾸는 것은 품질보다 안전을 먼저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고 저부터 먼저 바뀌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임원은 “돌발 상황이 생기더라도 언제 복구되냐고 묻지 않겠다”며 “대신 어떻게 해야 더욱 안전하게 복구할 수 있느냐고 묻겠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먼저 변하면 부장이 변하고 부장이 변하면 공장장, 파트장, 주임 등 모든 사람이 변하지 않겠냐”라며 “당연히 제가 먼저 변해야하고 감산이 생기면 당연히 제가 책임을 지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포스코 노조에선 긍정적 반응이 나온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포스코지회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제철소 생산담당 임원이 나서서 공식적으로 생산량보다 안전을 중요하게 보겠다고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안전과 관련해 회사가 아직까지 나아갈 길은 멀지만 인식의 변화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이나 김학동 포스코 대표이사 부회장이 공식 석상에서 안전을 강조한 적은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정작 생산 현장에선 이런 방침이 제대로 잘 지켜지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지금까지 포항제철소는 경영성과의 핵심인 생산량을 최우선에 두고 운영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 점검 등에 들이는 시간이 짧아 사고가 발생할 요인이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포스코 노조 등에 따르면 포항제철소에서만 최근 3년 동안 모두 8명이 작업도중 사망했다. 포스코 전체로 넓혀보면 17명으로 집계된다.
하지만 앞으로 생산현장 문화가 변화하면서 안전에 충분히 시간을 투자해 사고 발생율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특히 이런 움직임이 포항제철소를 넘어 광양제철소까지 확대된다면 포스코 전반에 걸쳐 안전사고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까지 생산 현장에서 체감하는 안전 시설과 관련한 투자는 별달리 이뤄진 게 없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포스코가 포스코홀딩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 전부터 안전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포스코 노조에서는 여전히 '어디에 어떻게 투자가 이뤄졌는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다.
앞서 포스코가 2020년 12월에 안전관리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3년 동안 1조 원을 추가 투입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안전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대책을 내놨지만 체감할 수 있는 대목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김학동 포스코 대표이사 부회장이 포스코 지주사 전환에 따른 설명회에서 2030년까지 안전 및 환경에 기존보다 투자를 3배 늘리겠다고 한 만큼 올해부터 안전 투자에 더욱 속도가 붙을 수 있다. 올해에만 안전과 환경을 위해 3조 원의 투자가 집행된다.
포스코 노조에선 “실제적으로 안전 등과 관련해 예산이 투입되는 유의미한 변화까지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생산현장 임원급에서부터 안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투자 부분에서도 곧 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