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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부재 2년, 이부진과 이서현의 삼성 내 위상 달라졌나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6-05-09 18: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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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두 딸들은 이 회장이 건재한 시절에도 경영인으로 키워졌다.

두 사람은 이 회장의 와병 이후 2년 동안 오빠인 이재용 부회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삼성그룹 전체에 대한 영향력이 축소됐다.

하지만 여전히 ‘삼성을 대표하는 여성 경영인’으로 활발한 경영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향후 두 사람을 중심으로 호텔과 유통, 패션사업 부문의 계열분리가 이뤄질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 '이부진의 힘', 호텔신라 실적 우려 해소할까

이부진 사장은 호텔신라 등기이사 사장을 맡아 경영전반을 이끌고 있다. 이부진 사장은 이건희 회장 3남매 가운데 유일하게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건희 부재 2년, 이부진과 이서현의 삼성 내 위상 달라졌나  
▲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부진 사장은 일찌감치 호텔신라 경영일선에 참여하면서 면세점사업을 주력으로 키워 롯데면세점과 양강구도를 형성하는 데 힘을 실었다. 그는 외모나 경영자로서 면모가 이건희 회장과 빼닮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리틀 이건희’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다.

이부진 사장의 승부사 기질은 지난해 서울 시내 신규면세점 사업권을 놓고 벌인 경쟁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국내 내로라하는 유통업계가 대거 뛰어든 경쟁에서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손잡고 합작법인 ‘HDC신라면세점’을 내세워 특허권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이부진 사장은 공격적 경영행보를 올해도 이어가고 있다. HDC신라면세점은 최근 신규 면세점 가운데 현재 유일하게 명품브랜드 루이 뷔통을 유치했다. 면세점업계는 이를 ‘이부진의 힘’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이부진 사장은 호텔신라 경영에서 면세점업계의 치열한 경쟁 속 성장정체라는 난제에도 맞닥뜨리고 있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면세점 대전의 승자가 된 뒤 14만 원대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반년 만에 반토막이 난 상태다. 호텔신라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면세점사업에 대한 실적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부진 사장은 부친의 와병 이후 개인적 아픔도 겪었다. 그는 임우재 삼성전기 상임고문과 이혼소송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다. 두 사람의 변론준비기일은 16일 수원지법에서 다시 열린다.

이부진 사장은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뒤 5달 만에 이혼을 결심했다. 그뒤 이혼조정과 친권자 지정 신청 등 절차를 밟았으나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부진 사장은 삼성가 오너 3세 가운데 대중들에게 가장 좋은 이미지를 쌓아왔다. 하지만 이혼소송을 둘러싸고 잡음이 일면서 부정적 이미지가 생겨난 것도 사실이다.

◆ 이서현, 소통과 글로벌 행보

이부진 사장이 호텔신라에서 안정적인 경영체제를 이어가고 있는 것과 달리 이서현 사장은 적지 않은 변화를 겪었다.

지난해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한 뒤 첫 연말 인사에서 기존 ‘삼성물산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 겸 제일기획 경영전략담당’에서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사장)’으로 업무가 바뀐 것이다.

  이건희 부재 2년, 이부진과 이서현의 삼성 내 위상 달라졌나  
▲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삼성그룹에서 패션부문을 전문경영진과 함께 이끌어왔던 것을 감안하면 패션사업 전반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은 것이지만 그룹 전체를 놓고 보면 입지가 줄어든 것으로 평가됐다.

단독으로 패션사업을 총괄하게 된 만큼 앞으로 삼성물산 패션사업의 성과와 책임은 온전히 이서현 사장의 몫이 됐다.

이서현 사장은 올해 들어 내부 임직들과 소통을 늘리며 자기 색깔을 좀 더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또 패션사업의 글로벌화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최근 ‘컨데나스트 인터내셔널 럭셔리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직접 맡아 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업계는 이서현 사장이 SPA브랜드 ‘에잇세컨즈’의 중국 공략을 강화하고 IT와 패션을 접목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에잇세컨즈는 올해 상하이에 첫 매장을 열었고 알리바바그룹의 티몰에도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하지만 삼성물산 패션사업부는 올해 1분기 매출 4770억 원과 영업이익 70억 원을 거두는 데 그쳤다. 지난해 적자를 냈던 것에 비하면 그나마 체면치레를 한 것이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큰 폭으로 줄었다.

삼성물산은 통합법인을 출범한 뒤 2020년까지 패션부문에서 연 매출 1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내놨다. 하지만 국내 패션시장은 성장률이 연 1~3%대로 정체된 데다 해외에서도 자라, H&M, 유니클로 등 글로벌 SPA의 굳건한 아성을 뛰어넘기에 역부족인 형편이어서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이부진 이서현, 계열분리 가능성도 ‘솔솔’

이부진 이서현 사장의 계열분리 가능성도 최근 다시 떠오르고 있다. 신세계그룹에서 정용진 정유경 부회장 남매가 이마트와 신세계 주식을 맞교환하면서 계열분리의 신호탄을 쐈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 와병 이후 이재용 부회장 승계가 가시화하면서 이부진 사장이 호텔과 유통, 이서현 사장이 패션사업을 총괄하는 구도가 굳어진 점이 이런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물론 삼성그룹 안팎의 분위기로 볼 때 계열분리가 이른 시일 안에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이 통합 삼성물산의 지분을 나란히 5.5%씩 보유한 만큼 향후 신세계그룹의 경우처럼 지분 맞교환을 통해 계열분리를 시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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