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SK바이오사이언스에 따르면 기존 독감 백신인 스카이셀플루 백신과 코로나19 백신의 결합(Combo) 백신을 개발해 이르면 올해 말 임상에 들어간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미 효과가 입증됐고 수요가 충분한 독감 백신에 코로나19 예방 효능을 더함으로써 백신 수요를 꾸준히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스카이셀플루 백신은 독감 3종류를 예방하는 3가백신과 4종류를 예방하는 4가백신으로 나뉜다. 3가백신은 2015년, 4가백신은 2016년 출시된 뒤로 글로벌 누적 판매량 합계 4천만 도즈를 달성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스카이셀플루 백신을 앞세워 국내 독감 백신 시장점유율을 2019년 19%에서 2020년 31%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다만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의 독감 백신사업은 잠시 ‘휴업’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다. 수요가 더 시급한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기 위해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1년 독감 백신 생산을 중단한 데 이어 올해도 생산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감 백신사업을 쉬고 있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의 성장세는 오히려 가팔라지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1년 매출 9290억 원, 영업이익 4742억 원을 거둬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 등으로부터 확보한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물량이 성장을 이끌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 코로나19 백신 GBP510을 개발하고 있기도 하다.
GBP510은 앞서 임상에서 긍정적 결과를 확보해 올해 상반기 안에 허가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됐다. 국제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저소득국가 중심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을 도입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19 백신 수요가 지속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백신이 공급되면서 백신 접종 인구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머지않아 코로나19가 종식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세계 백신 접종률 70%를 달성할 경우 올해 안에 코로나19 확산이 끝날 수 있다는 전망을 1월에 내놓은 바 있다. 옥스퍼드대학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7일 기준 세계 백신 접종률은 63.3%에 이른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사업에 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강하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종·동종 추가접종(부스터샷)의 임상이 추가적으로 필요하게 된 상황에서 (GBP510에 관한) 고평가는 제한적이다”며 GBP510의 사업가치를 기존 9조7800억 원에서 2조9300억 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백신 생산능력을 대규모로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향후 백신 수요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경북 안동에서 백신 공장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신규 부지를 확보해 2024년까지 1단계 증설을, 2026년까지 2단계 증설을 마친다는 계획을 세웠다. 2단계 증설이 끝나면 백신 생산능력은 기존의 3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2026년까지 코로나19 확산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지금보다 더 높아지고 백신 경쟁자도 많아진다는 것은 분명하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대폭 늘어나는 생산능력에 걸맞은 일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결합 백신 등을 기반으로 미래 먹거리를 충분히 준비해야 하는 셈이다.
안 사장은 독감과 코로나19 결합 백신 이외에도 사베코바이러스 백신, 페렴구균 백신 등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지속가능한 백신사업을 꾀하고 있다.
외부 기술 및 생산역량을 확보하는 데도 힘을 기울이는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기업,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위탁생산기업, 메신저리보핵산(mRNA) 플랫폼기술 보유기업 등을 대상으로 인수합병을 포함한 다양한 투자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최근 밝혔다.
안 사장은 조만간 언론을 통해 결합 백신을 비롯한 다양한 신사업에 대해 보다 자세한 내용을 이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17일 기업공개(IPO) 1주년 기념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연다. 안 사장이 직접 참석해 사업 현황과 비전을 설명할 것으로 예정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