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이제 2년 동안 쌓아두었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퀄컴의 대안으로 대만 미디어텍이 떠오른다.
삼성전자는 이미 중저가 모델인 갤럭시A시리즈 등에서 미디어텍의 AP를 대거 채용하고 있다. 미디어텍의 AP가 들어간 삼성전자의 대표 제품으로는 갤럭시A12와 갤럭시A32가 꼽힌다.
갤럭시A12는 2021년 한 해 동안 약 5180만 대가 출하돼 2021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으로 기록됐다.
미디어텍은 갤럭시A시리즈의 흥행 등에 힘입어 전 세계 AP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021년 4분기 기준 미디어텍의 시장점유율은 33%로 2위인 퀄컴(30%)을 3%포인트 격차로 이겼다. 엑시노스를 만드는 삼성전자의 AP 시장점유율은 4% 수준이었다.
미디어텍은 몇 년 전만해도 가성비 AP를 위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왔다. 하지만 최근 공개한 ‘디멘시티9000’이 스냅드래곤과 엑시노스 최신 제품을 모두 성능 면에서 앞서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안드로이드진영 최고의 AP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디멘시티9000은 스냅드래곤과 엑시노스의 약점인 전성비 측면에서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도 2021년 말 갤럭시S22에 디멘시티9000 채용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MX사업부가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생산을 맡은 퀄컴 스냅드래곤8 1세대를 선택할 수밖에 없어 디멘시티9000 도입은 무산됐다.
그러나 퀄컴이 차기 제품의 공정을 TSMC에 맡기기로 하는 등 삼성전자와 결별수순을 밟게 된다면 삼성전자와 미디어텍의 협력관계는 중저가 제품에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확대될 공산이 크다.
게다가 삼성전자와 미디어텍의 협력 강화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미디어텍이 디멘시티9000을 TSMC의 4나노공정에 맡기기는 했지만 향후 다른 공정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협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해외 IT매체 폰아레나는 “미디어텍이 최근 공개한 보급형 칩셋인 디멘시티8100도 퀄컴의 최고사양 제품인 스냅드래곤8 1세대와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갖췄다는 벤치마크 결과가 나왔다”며 “어떠한 실험결과를 보던, 최근 미디어텍이 AP업계에서 큰 발전을 이루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