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테슬라’ 후보로 꼽히던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이 차량 생산 지연과 가격 인상, 기업가치 하락 등으로 고객과 투자자들의 신뢰를 지켜내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한때 유망 신생기업으로 주목받았지만 사기 논란에 휩싸여 시장에서 완전히 외면받은 전기차기업 니콜라와 같은 전철을 리비안이 뒤따를 수 있다는 비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RJ 스캐린지 리비안 CEO는 현지시각으로 3일 공식 홈페이지에 전기차 예약 구매자를 대상으로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리비안이 이미 예약주문을 받은 전기차의 판매 가격을 최대 1만4천 달러(약 1700만 원) 인상한다고 1일 발표한 뒤 소비자들의 반발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스캐린지 CEO는 “반도체와 금속 등 모든 원재료 가격이 상승해 이를 차량 판매가에 반영하는 계획을 수립해야만 한다”면서도 “고객들의 신뢰를 깬 것은 잘못된 결정”이라고 말했다.
리비안의 가격 인상 발표는 전기차 생산량이 목표치를 밑돌며 차량 인도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만큼 소비자들에게 더욱 큰 반발을 샀다.
지난해 리비안 전기트럭 생산 목표는 1200대였지만 실제 생산량은 1015대에 그쳤고 지난해 12월 생산을 시작한 신형 전기차 생산 대수는 10대 미만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과 캐나다의 리비안 전기차 예약구매자가 7만1천 명에 이르고 올해 아마존에 공급하기로 한 전기차 물량이 1만 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스캐린지 CEO는 생산라인 개선을 통해 2030년까지 전기차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앞세웠지만 시장에서 리비안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도 차가워지고 있다.
리비안 주가는 3월 들어서만 24.6%에 이르는 하락폭을 나타냈다. 지난해 11월 상장 직후와 비교하면 주가가 60.8% 떨어지며 꾸준한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상장할 때까지만 해도 리비안은 테슬라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성장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캐린지 CEO가 자체 기술로 개발한 전기모터와 배터리팩 등 전기차 플랫폼 기술에 강한 자신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비안이 실제로 생산하는 전기차에 이런 기술을 일부 제외했고 생산 능력도 시장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부정적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수소전기차 스타트업 니콜라가 지난해 전기트럭 시제품의 시연 영상을 조작했다는 이유로 사기 논란에 휩싸여 주가가 급락하고 창업주를 포함한 경영진이 물러나야 했던 사례가 리비안에서 비슷하게 반복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리비안은 니콜라와 달리 전기차를 실제로 출시했고 기술도 어느 정도 검증을 받았다는 점에서 이런 극단적 상황에 놓이게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미래 성장성을 보고 투자하는 전기차기업 특성상 경영진 및 기업이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잃는 일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전기차시장 경쟁에서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리비안의 가격 인상 철회와 주가 하락 등 사례는 전기차 스타트업들이 테슬라의 길을 걷기 어렵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테슬라와 완성차기업들이 전기차시장에서 유리한 위치에 놓였다는 점도 증명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리비안 경쟁사로 꼽히는 루시드모터스도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전기차 생산 목표를 기존 2만 대에서 1만2천~1만4천 대 수준으로 낮추는 등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테슬라도 한동안 전기차 생산량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며 고전하다 가파른 성장을 이뤄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리비안과 같은 기업도 여전히 성장 기회를 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증권사 RBC캐피탈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리비안이 전기차 생산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한동안 걸림돌을 만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는 미래의 성공을 위한 준비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