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학 농심 대표이사 내정자가 올해 상반기 가동을 앞둔 미국 새 공장의 조기 안정화라는 과제를 짊어졌다.
농심은 미국 제2공장 완공을 계기로 제2의 도약기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는데 여기에 생산 전문가인 이 대표 내정자의 역할이 막중하다.
11일 농심에 따르면 농심은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병학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한다.
연구개발과 경영지원을 맡아온 이영진 부사장은 이 대표의 사내이사 선임에 따라 사내이사 자리에서 물러난다.
이 대표가 농심의 수장에 오르는 것은 미국 공장 가동을 앞둔 상황에서 생산 전문가의 역량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충남대학교 농화학과를 졸업한 뒤 1985년 농심에 입사해 36년 동안 일하며 구미공장장과 안양공장장 등을 거쳤다.
농심 공장의 자동화와 최첨단 생산공정 도입에 큰 역할을 했고 이런 역량을 인정받아 2017년에는 전무로 승진하며 농심 전체 공장의 생산을 책임지는 생산부문장을 맡기도 했다.
농심 관계자는 "미국 제2공장의 완공이 상반기 안에 마무리 될 예정이다"며 "이 대표는 미국 제2공장의 가동 초기에 생산을 안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고 말했다.
새 공장이 가동되면 기존 제품과 품질 편차를 줄이는 생산 안정화라는 과정이 필요하다. 생산 효율을 적절하게 관리해야 하는 과제도 주어진다.
이 대표는 농심 전체 공장의 생산을 총괄했던 만큼 중국과 미국에서 생산공장을 운영해온 노하우를 활용해 생산 초기 안정화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에서 라면 공급이 부족해 ‘없어서 못 파는’ 실정을 고려하면 이 대표의 책임은 더욱 막중하다.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농심아메리카의 공장 평균 가동률은 89.4%였다. 90%에 육박하는 가동률은 그만큼 농심 제품이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인데 제2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시점이 빨라질수록 실적에 더욱 기여할 수 있다.
제2공장이 완공되면 물류비 절감 효과도 볼 수 있다. 기존에 한국에서 중남미로 수출하는 물량을 미국 현지에서 생산한 물량으로 대체하면 해상 운임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류 콘텐츠의 인기에 힘입어 중남미 국가에서의 라면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농심은 제2공장이 안정화되면 미국에서 생산한 라면을 캐나다와 멕시코 등 북남미 지역으로도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미국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는 측면에서도 이 대표의 역할은 중요하다. 미국은 세계에서 즉석 면류 소비가 5번째로 많은 나라인데 서구권 가운데 최다 소비국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수요를 충족하면서 인근 국가로도 수출하려면 생산을 조기에 안정화하고 효율성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다.
제2공장에는 봉지면 1개 라인과 용기면 2개 라인이 설치돼 1년에 3억5천만 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기존 제1공장의 생산량까지 더하면 농심은 미국에서 해마다 8억5천만 개 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농심은 2021년 미국에서 매출 3509억 원, 영업이익 276억 원을 낸 것으로 파악된다. 2020년보다 매출은 13.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8.7% 줄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정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