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3D낸드 기술에서 완전한 우위를 선점했다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도시바와 샌디스크가 48단 3D낸드를 건너뛰고 곧바로 64단 제품 개발을 노리고 있고 인텔과 마이크론이 삼성전자와 완전히 다른 방식의 3D낸드 성능향상 기술을 확보했다.
삼성전자는 치열한 3D낸드 기술경쟁을 벌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도시바-샌디스크, 64단 3D낸드로 직행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일 “3D낸드의 경우 지금까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개발과 양산이 진행돼 왔지만 올해부터 도시바와 인텔 등 반도체업체 사이의 3D낸드 기술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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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 사업부 사장. |
3D낸드는 평면 낸드플래시의 회로집적도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수직으로 회로를 쌓는 기술로 기존방식보다 원가를 절감하고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어 차세대 낸드플래시 기술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현재 48단까지 쌓아올린 3세대 3D낸드를 양산단계까지 이뤄내 경쟁업체들보다 3D낸드 기술력에서 가장 앞서있다. 3D낸드 적층기술은 1세대 24단, 2세대 32단, 3세대 48단, 4세대 64단 순으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도시바-샌디스크, 인텔-마이크론 등 3D낸드연합들이 곧 삼성전자의 3D낸드 기술을 위협하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들 업체들은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기술력을 따라잡기 위해 잇따라 손을 잡고 공동으로 3D낸드 공장설립과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도시바와 샌디스크 연합은 48단 3D낸드의 양산단계를 생략하고 64단 제품의 기술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는 이미 지난 3월 48단 3D낸드 샘플제품을 내놓았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먼저 48단 3D낸드 양산에 돌입한 상황에서 양산체제를 갖추다가 뒤쳐지기보다 64단 3D낸드부터 양산체제를 갖춰 삼성전자와 본격적으로 경쟁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아직 64단 3D낸드 양산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
전세원 삼성전자 전무는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일단 48단 3D낸드로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생산비중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며 “현재 64단 적층구조 제품에 대해 제품 샘플링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64단 이상의 3D낸드부터 기술난도가 급격히 올라가는 만큼 삼성전자는 곧 이들과 치열한 기술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이세철 연구원은 “3D낸드는 32단 기술이 구현됐다고 단순히 48단이나 64단 기술도 쉽게 개발되는 것은 아니다”며 “더 높게 쌓다보니 하중문제가 발생하고 층 사이의 연결도 어려워지는 등 기술난도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 인텔-마이크론, ‘셀온페리’로 3D낸드 기술경쟁 자신
인텔과 마이크론 연합진영은 ‘셀온페리(Cell On Peri)’라는 기술로 3D낸드의 집적도를 높이는 기술을 확보했고 삼성전자와의 3D낸드 기술경쟁을 자신하고 있다.
셀온페리 구조는 메모리반도체를 제어하는 주변부(페리)를 저장공간(셀) 아래에 구성하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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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H투자증권은 '셀온페리'기술이 3D낸드의 원가하락 속도를 가속화할 것으로 분석했다. |
페리 영역이 전체 3D낸드 칩 크기의 30%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에 셀온페리 구조를 통해 칩 전체의 크기를 줄여 원가개선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데이비드 룬델 인텔 SSD마케팅책임자는 최근 국내 전략설명회에서 “인텔의 3D낸드 기술은 삼성전자보다 면적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며 “빌딩 아래 공간에 지하주차장을 짓는 방식으로 비용효율성을 높인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설명이 바로 셀온페리 기술을 지칭한 것이다.
이세철 연구원은 셀온페리 구조를 현재 인텔-마이크론 진영만 도입했지만 향후 삼성전자, 도시바 등 3D낸드 업체들이 모두 이 기술을 접목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즉 여태까지 줄곧 3D낸드 기술을 선도해온 삼성전자가 후발주자의 기술을 도입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말부터 3D낸드는 64단 적층기술, 셀온페리 기술을 중심으로 기술개발이 가속화될 전망”이라며 “지금까지 3D낸드 기술의 우위를 점해온 삼성전자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