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온라인상으로 퍼지고 있는 현대자동차 불매운동 사태가 결국 한국 정부 차원의 사과로 이어졌다.
9일 이코노믹타임스 등 인도 현지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8일 자이샹카르 인도 외무장관과 전화통화에서 유감의 뜻을 밝혔다.
이례적으로 외교부 장관까지 나서서 유감의 뜻을 밝힌 이유는 현대자동차 파키스탄 제휴사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 공식 계정에 올린 글이 인도에서 논란에 휩싸인 뒤 온라인을 중심으로 현대차를 불매해야 한다는 운동이 힘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 외무부는 7일 주인도 한국대사를 소환해 현대차 파키스탄 제휴사의 트윗과 관련해 항의했다. 결국 이번 사태가 한국 정부 차원의 사과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현대차 파키스탄 제휴사의 트윗은 2월5일 올린 “카슈미르 형제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카슈미르는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 분쟁지역으로 30년 넘게 군사적 충돌이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현재 인도에서 통치하는 지역이지만 무슬림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지역적 특성상 다수의 주민들이 독립을 요구하고 있으며 파키스탄 정부가 이들을 지지하고 있다.
매년 2월5일은 1990년 파키스탄에서 제정된 ‘카슈미르 연대의 날’로 인도와 무력 충돌 과정에 희생된 카슈미르 지역 사람들을 추모하는 날이다.
해당 기념일 자체가 인도정부를 적대시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만큼 현대차 파키스탄 제휴사에서 이를 언급한 점도 인도에서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정의용 장관이 인도정부에 직접 사과한 것도 현대차 파키스탄 제휴사 측에서 매우 민감한 역사적 문제를 건드렸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인도시장에서 실제로 현대차 및 기아를 대상으로 불매운동이 지속된다면 타격이 클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와 기아는 인도 완성차시장에서 2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2곳의 생산공장도 운영하고 있다.
현재 현대차 파키스탄 제휴사의 해당 트윗은 삭제된 상태다.
그러나 인도정부는 현대차그룹에서 더 적극적으로 사과해야한다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해당 트윗이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올라왔다며 원칙에 따라 특정지역의 정치적 및 종교적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인도에서 현대자 주문 취소 인증을 올리는 등 불매운동이 온라인상에서 확산되고 있어 후폭풍을 예상하기 어렵다.
이코노믹타임스에 따르면 한국 외교부 대변인은 인도정부 측에 “인도 정부와 국민들에게 상처를 주게 돼 유감”이라며 사과의 뜻도 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