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식품업계 안팎에서는 구 전 부회장의 아워홈 지분 매각 결정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구지은 대표는 지난해 6월 구 전 부회장을 대표이사에서 몰아내고 아워홈의 경영권을 쥐었다. 하지만 아워홈 최대주주는 여전히 구 전 부회장이다.
아워홈은 비상장사로 구자학 회장의 네 남매가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2020년 말 기준으로 구 전 부회장이 지분 38.56%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나머지는 구 대표 20.67%, 구미현씨 19.28%, 구명진씨 19.6% 등이 나눠 들고 있다.
구 전 부회장이 최근 보유하고 있는 아워홈 지분을 전부 매각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아워홈의 경영권 분쟁이 끝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구 전 부회장이 지분을 매각할 대상을 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여전히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남아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우선 구 전 부회장은 나머지 세 자매에게 지분을 매각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아워홈 관계자는 “구 전 부회장이 지분을 전량 매각하기로 결정하기 전에 구 대표나 아워홈과의 사전 협의나 교감 등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사실상 아워홈 측의 경영권 안정을 위해 본인의 지분을 내놓을 생각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구 전 부회장이 지분 매각을 위해 선택한 자문사의 성격을 놓고 봐도 의구심이 제기된다. 구 전 부회장은 ‘라데팡스파트너스’를 아워홈 지분 매각을 위한 자문사로 선정했다.
라데팡스파트너스는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KCGI의 핵심 인력이 나와 만든 맞춤 경영 컨설팅회사다. KCGI에서 최고전략책임자(CSO)·최고리스크책임자(CRO)를 맡았던 김남규씨가 대표를, 같은 곳에서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았던 신민석씨가 부대표를 맡고 있다.
KCGI는 앞서 한진그룹과 대림그룹 등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며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사모펀드다. 경영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수익 실현을 추구해왔다.
특히 한진그룹과 벌인 경영권 분쟁 사례는 국민적 관심사가 되기도 했다.
KCGI는 2018년부터 한진칼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입하며 2대주주에 오르기까지 했고 이를 바탕으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의 중심에 섰다.
김 대표와 신 부대표가 KCGI에서 경영권 분쟁을 경험한 인물인 만큼 구 전 부회장의 지분이 향후 아워홈의 경영권을 다투는 데 사용될 가능성도 배제될 수 없다.
구 전 부회장의 의중이 어떤지는 확인할 수 없다.
다만 그는 자신의 우군에게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높은데 향후 아워홈에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지분을 그를 관철시키는 데 활용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구 전 부회장 입장에서는 자신이 최대주주이긴 하지만 경영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만큼 지분을 사려는 제3자를 찾거나 매수자를 찾더라도 제값을 받기 어렵다는 점도 그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구 전 부회장이 지분 매각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구 대표측에 화해의 제스처를 보낸 것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지분 매각 의사를 밝히면서 '가족의 화목'을 강조해다는 점에서 그런 의도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횡령과 배임 혐의로 아워홈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최근 경찰에 조사를 받고 있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뒤 지분을 전량 매각하겠다고 입장문을 통해 밝혔다.
아워홈의 고소와 관련해서는 사실관계를 오인하거나 대부분 절차적인 문제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어찌됐든 구 대표로서는 구 전 부회장의 지분이 어디로 가는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어 보인다. 구 전 부회장이 아워홈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 대상에게 지분을 넘긴다면 구 대표의 경영권도 불안정한 상태를 지속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서 구 전 부회장의 법률대리인은 7일 "구 전 부회장은 고객들의 걱정을 불식시키고 가족의 화목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먼저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자매들의 뜻에 따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생각이다"며 “구지은 부회장이 구본성 전 부회장을 견제하느라 경영에 집중하지 못할 수 있음을 고려해 자신의 보유지분 전부를 매각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정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