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네이버, 토스 등 소위 테크기업과 KB금융, 신한금융 등 전통 금융기업 사이에 금융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은 그리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이 전쟁의 무대가 마이데이터서비스로 옮겨지고 있다.
전통금융권은 지금껏 금융플랫폼사업에서 카카오 등 빅테크기업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전통금융권은 마이데이터사업이 빅테크에 반격할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이데이터사업에는 빅테크 기업에 유리한 지점도 있다. 빅테크기업에 마이데이터는 어떤 기회가 될 수 있을까?
빅테크기업의 대표주자이자 두 개의 상장 금융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를 예시로 들어 살펴보자.
마이데이터 서비스의 공식 명칭은 ‘본인신용정보관리업’이다, 공식 명칭과 ‘마이’데이터 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개인정보, 특히 신용정보나 금융정보 등을 한 곳에 모아놓고 개인이 직접 정보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개인의 데이터 관리 권한을 위임받아 이를 활용한 각종 사업을 구상할 수 있게 되고, 개인 입장에서는 좀 더 ‘초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 마이데이터 서비스의 핵심입니다.
이 시장에서 카카오의 무기는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데이터 그 자체, 두 번째는 플랫폼, 세 번째는 보안이다.
카카오가 보유한 데이터의 규모는 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다. 국내 모바일 메신저시장에서 카카오톡의 점유율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카카오가 보유한 데이터는 단순히 양이 많기만 한 것이 아니라 종류 또한 다양하다. 카카오T를 통한 모빌리티데이터, 카카오메이커스와 카카오선물하기 카카오톡주문하기를 통한 쇼핑데이터,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를 통한 금융데이터 등 카카오는 사실상 국민 개개인의 모든 취향을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이데이터가 뻗어나갈 수 있는 영역이 단순히 금융사업에 한정되는 것도 아닐뿐더러 금융사업만 놓고 보더라도 금융데이터와 다른 데이터를 결합시킬 수 있는 방법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살피면 주로 금융데이터만 보유하고 있는 전통 금융업체와 비교해 카카오의 장점은 뚜렷하게 드러난다.
다음은 플랫폼이다. 전통 금융회사가 마이데이터시장에서 노리는 것이 바로 ‘생활밀착형 금융플랫폼’이다.
하지만 카카오는 이미 국내 최고의 ‘생활밀착형 플랫폼’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개인정보를 활용해 개개인의 생활과 관련된 여러 초개인화된 정보를 제공하는 게 핵심인데, 이미 일상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는 카카오 플랫폼의 위력은 이 시장에서도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은 보안이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개인이 데이터의 수집, 이용 권한을 특정 회사에 위임하는 방식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데이터보안이 매우 중요하다.
카카오는 IT기업이라는 점에서 디지털보안분야에 강점이 있다. 특히 카카오의 금융자회사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월 ‘금융기술연구소’라는걸 세웠는데, 이 연구소의 가장 중요한 연구과제가 바로 디지털보안이다.
물론 보안과 관련해서는 반대의 의견도 나온다. 금융업계는 전통적으로 보안이 매우 중요한 업계다. 당연히 금융업계는 고도의 보안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금융업의 이런 이미지는 소비자들이 그들의 데이터를 관리할 업체로 전통적 금융회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도 된다.
실제로 매일경제가 국내 금융리더 100인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통 금융사가 금융시장에서 빅테크보다 우위에 있는 조건을 묻는 질문에 '고객 기반과 신뢰도'라는 응답이 38%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과연 카카오가 데이터, 플랫폼, 보안 세 가지를 무기로 금융회사들에게 ‘유효타’를 날릴 수 있게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