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2-02-07 16:5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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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통합 앱(어플리케이션) 출시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융업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그룹의 통합 앱이 어떤 성과를 내느냐는 마이데이터시대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힘을 주고 있는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의 플랫폼 전략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 4대 금융지주 로고.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등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기능을 통합한 금융 플랫폼은 이르면 다음 달 ‘모니모’라는 이름으로 출시된다.
통합 앱 출범을 이끌고 있는 삼성카드는 이날 “통합 앱 구축을 준비하고 있지만 출시시기 및 명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삼성그룹이 지난해 4월부터 앱 개발을 준비해온 만큼 앱 출시가 멀지 않았다고 바라본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가 만드는 통합 앱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를 지닌 금융 앱 삼성페이와 향후 연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금융회사뿐 아니라 카카오, 네이버 같은 핀테크업체에게도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삼성그룹이 각 계열사에 흩어져있던 기능을 앱 하나에 오롯이 모은다는 점에서도 주의 깊게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금융그룹이 각 계열사의 기능을 기존 앱에 더하는 방식이 아닌 통합한 새로운 앱을 출시하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은 현재 마이데이터시대를 맞아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힘을 싣고 있는데 대부분 대표 앱으로 기능을 통합하는 동시에 각 계열사별로 자체 플랫폼을 고도화하는 투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KB금융지주가 대표적이다.
KB금융지주는 현재 KB국민은행, KB국민카드, KB증권, KB손해보험, KB캐피탈 등 모두 5곳이 마이데이터사업 허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KB국민은행의 대표 앱인 ‘KB스타뱅킹’을 활용해 각 계열사의 통합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동시에 각 계열사 모두 여전히 자체 앱 가입자 확보를 위해 힘쓰고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는 KB스타뱅킹(KB국민은행), 마블(KB증권), KB페이(KB국민카드), KB차차차(KB캐피탈), 키위뱅크(KB저축은행), KB생명보험, KB손해보험 등 다수의 KB금융지주 계열사의 앱이 등록돼 있는데 이들 모두 각 계열사의 주력 플랫폼으로 여겨진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도 현재 각 계열사별로 자체 앱을 지니고 있고 하나의 계열사 안에서도 여러 앱을 운영하며 기능이 흩어져있다.
이를 통합해 효율성 높은 하나의 앱을 내놓는 만큼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새로운 시도가 국내 주요 금융지주의 플랫폼 전략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앱 가입자를 늘리기 위한 금융회사들의 플랫폼 경쟁은 예전 은행들의 점포수 확대에 따른 고객 유치 경쟁처럼 인식되며 경쟁이 날로 심화하고 있다.
특히 기존 금융업계의 경쟁에 핀테크업체까지 들어오면서 금융지주의 위기의식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우리 시가총액은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시가총액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시장은 우리를 ‘덩치만 큰 공룡’으로 보고 있고 공룡은 결국 멸종했다”며 금융의 경계를 넘어서는 혁신을 당부했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아직 삼성그룹의 통합 앱이 출시되지 않은 만큼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통합 앱을 출시하는 만큼 긴장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것이 없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금융감독원의 삼성생명 징계 등 규제 문제도 걸려 있어 실제 앱이 나와봐야 경쟁력을 알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는 “통합 앱이 나오더라도 기존 계열사 고유의 기능을 어느 정도까지 효율적으로 구현하는지가 성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기능이 많이 들어가면 앱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데 이를 사용자 친화적으로 풀어내는 일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