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효 기자 kjihyo@businesspost.co.kr2022-01-3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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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항공업계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경영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항공업계는 세계적 추세로 자리잡은 ESG경영 확대에 발맞춰 포스트 코로나시대를 대비하고 ESG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까지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이 업사이클링 제품인 태블릿 파우치를 소개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ESG경영이 기업들의 화두가 되면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등 국내 항공업계도 ESG경영 확대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 아시아나항공 ESG경영 확대 잰걸음, ‘기대 못 미치면 생존 어려워’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ESG경영을 위한 전담팀을 신설하고 ESG위원회도 세우겠다는 계획을 내놓는 등 ESG경영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ESG경영 활성화를 위한 슬로건 공모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승무원들의 버려지는 유니폼을 활용해 업사이클링 제품 제작에도 나섰다. 아시아나항공에서 연간 폐기되는 각 직종의 유니폼은 3만여 벌에 이른다.
업사이클링 제품은 재활용할 수 있는 옷이나 의류 소재 따위에 디자인과 활용성을 더해 가치를 높인 제품을 말한다.
첫 업사이클링 제품은 11인치 태블릿 파우치로 아시아나 승무원 유니폼과 색동을 포인트로 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제품을 시작으로 업사이클링 아이디어나 제품 디자인 공모전을 개최해 제품 제작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10월 임원과 조직장을 대상으로 ESG경영 설명회를 열고 ESG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성권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는 설명회에서 “ESG경영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회사의 생존이 위태롭다”며 “ESG경영은 변화와 혁신을 이뤄내기 위한 가장 핵심적 요소로 민첩한 대응뿐만 아니라 부족한 점도 과감히 공개해 개선해 나가야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앞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연료 효율성이 높아 탄소배출이 적은 친환경 기종으로 꼽히는 에어버스 A350과 A321네오(NEO) 등 신형 여객기를 도입하기도 했다.
◆ 대한항공 ESG경영 앞서가, ESG채권 발행으로 자금도 조달
대한항공은 국내 항공업계에서 가장 ESG경영에 공을 들이고 있다.
▲ 대한항공이 은퇴한 보잉 747-400 항공기 동체를 활용해 만든 네임택과 볼마커. <대한항공>
대한항공은 다른 항공사보다 앞선 2020년 8월 기존 거버넌스위원회를 확대 개편해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ESG위원회를 신설한 바 있다.
ESG위원회는 기후변화 대응 현황 및 향후 과제, 지배구조 개선 이행 사항뿐만 아니라 주주가치와 주주권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회사의 주요 경영사안을 검토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대한항공은 한진그룹의 지배구조와 관련해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았던 만큼 ESG경영 가운데 지배구조 개선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대한항공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2020년부터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으며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 위원을 전원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등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와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항공은 친환경 사업의 일환으로 서울 마포구 ‘경의선 선형의 숲’에 대한항공 멤버십 이름을 딴 ‘스카이패스 숲’도 조성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월과 9월 각각 은퇴한 보잉 777 항공기와 보잉 747-400 항공기의 동체를 활용해 만든 네임택과 볼마커를 한정판으로 판매해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같은 노력을 통해 대한항공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의 2021년 상장기업 ESG 평가 및 등급에서 2020년에 이어 2년 연속 통합 등급 ‘A등급’을 획득하기도 했다.
아울러 대한항공은 ESG채권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성과도 냈다.
대한항공은 2021년 7월 국내 항공사 최초로 ESG채권을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대한항공은 원래 2천억 원 규모로 ESG채권을 발행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시장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으면서 모두 3500억 원 규모를 발행했다.
대한항공은 보잉 787-10 항공기를 추가로 도입하기 위한 리스료로 ESG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사용하기로 했다.
보잉 787-10기는 동급 항공기에 비해 연료 효율이 25%가 높고 탄소배출량은 25% 적어 친환경 항공기로 분류된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대한항공으로서는 ESG채권 발행을 통해 리스료 부담을 덜게 된 셈이다.
◆ 에어부산과 제주항공,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이미지 개선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부산과 제주항공도 업사이클링 제품을 통해 기업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다.
▲ 에어부산 승무원들이 업사이클링 제품인 열쇠고리를 소개하고 있다. <에어부산>
아시아나항공과 같은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인 에어부산은 최근 폐기되는 승무원 물품을 재활용한 업사이클링 제품 제작에 나섰다.
에어부산은 승무원 캐리어가방과 서핑복을 활용한 열쇠고리를 만들었다.
승무원 캐리어가방은 평균 2~3년에 한 번씩 교체하는데 재사용이 어려워 모두 폐기처분된다. 서핑복은 대부분 합성고무로 만들어져 관리가 까다로워 원단이 찢기거나 갈라져 쉽게 버려진다.
에어부산은 제작한 열쇠고리를 에어부산 기내에서 판매하고 수익금은 부산 바다의 정화활동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에어부산은 이밖에 승무원 유니폼 등 버려지는 물품들을 재활용한 업사이클링 제품을 추가로 제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올해 1월3일 문을 연 자체 온라인 쇼핑몰 ‘제이샵’에서 찢김, 이염, 오염 등의 손상을 입은 유니폼 200여 벌을 재활용해 만든 ‘리프레시백’을 판매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는 고객들에게 제주항공에서 제작한 친환경 생분해재생봉투를 나눠주는 친환경 여행캠페인 ‘그린 트래블러’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 항공업계 ESG경영 확대, 세계적 흐름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지난해 10월 2050년까지 세계 항공업계의 탄소 순배출량을 ‘0(제로)’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 제주항공이 폐기되는 승무원 유니폼을 재활용해 만든 '리프레시 백'. <제주항공 온라인 쇼핑몰 '제이샵' 갈무리>
윌리 월시 IATA 사무총장은 “항공업계의 탄소중립이 어려운 시기에 엄청난 도전이 될 것”이라면서도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조치다"고 강조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는 세계 120개 나라의 290개 항공사를 대표하는 협회로 회원사는 약 300개에 이른다. 협회에 소속된 항공사는 세계 항공 교통의 약 80%를 담당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 등이 회원사로 가입했다.
비행기는 교통수단 가운데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한다.
유럽환경청(EEA)에 따르면 승객 1명이 1km를 이동하는 동안 비행기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285g이다. 버스가 68g, 열차가 14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과 비교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각각 버스의 4배, 열차의 20배에 이른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항공사들도 몇 년째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지만 세계 항공업계가 ESG경영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에 대응하지 않으면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항공업계가 ESG경영에 관심이 높아 국내 항공업계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어렵기는 하지만 이같은 움직임이 대세이기 때문에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